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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과학의 한계, 그 벽을 깨는 질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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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끝은 어디일까. 끝이 있다면 그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시간과 공간을 잘게 나누다 보면 더는 나눌 수 없는 ‘최소 단위’는 존재하는 것일까. 생명이란 어디서 왔으며, 죽음이란 극복할 수 있는 대상일까. 과학을 향한 호기심, 존재의 근원에 대한 갈망의 발자취를 좇다 보면 결국 ‘철학적’ 질문과 맞닥뜨리게 된다.

《궁극의 질문들》은 물리학, 화학, 천문학, 생물학, 지구과학 등 과학 분야 전문가 19명이 자신의 전공 분야가 직면한 가장 본질적이면서도 난해한 문제들을 다룬 책이다. 현재까지 과학적 방법으로 도출된 최선의 해답을 최대한 알기 쉬운 언어로 소개하려고 노력했다. 질문의 수준을 통해 인류 지성사의 발전이 어느 선까지 도달했는지 가늠해볼 수 있기도 하다.

전문가들이 소개하는 과학의 최전선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질문의 향연’이라 부를 만하다. 아직 최종 해법을 도출해냈다고 말하기는 이른 질문들이 대부분이긴 하지만, 수천 년간 인간을 다른 동물과 구별 짓는 지점이 어디였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다만 한 번 본 문장을 몇 번을 다시 살펴도, 밑줄을 그어가며 읽어도 그 내용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 구석이 많다. 부피와 구조가 없는 전자와 같은 ‘페르미 입자’가 모여서 큰 복합구조물을 만들 수 있는지, 크기가 거의 없는 쿼크와 렙톤을 무수히 모으면 물질을 이룰 수 있는지와 같은 알듯 모를듯한 의문들은 정답지를 다시 봐도 머릿속에 명쾌하게 정리되지 않는다. 인류가 도달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길이라는 원자핵 1만 분의 1 정도 크기의 힉스입자와 쿼크, 전자, 중성미자가 상호작용해 이뤄내는 세계도 실상을 파악하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이런 난해함에도 불구하고 중간에 책장을 덮지 못하는 것은 던지는 질문의 상당수가 ‘기원’에 관한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기원에 관한 탐구는 전통적으로 철학의 영역이었지만, 20세기 이후 과학적 접근을 배제하고선 우주와 생명의 기원에 대한 논의는 그저 공허한 공상에 불과하게 됐다.

우선 생명의 기원을 살펴보면, 과학의 세계에선 이미 생명 창조가 신의 전유물이 아닌 지 오래됐다. 2010년 크레이그 벤터 연구진이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합성 생물’의 등장을 알렸기 때문이다. 세균의 유전체를 인공적으로 합성해 다른 종의 세균에 이식하고 원래 유전체를 제거해도 자기복제와 대사작용을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생명 창조의 비밀까지 한발 더 가까이 다가서면서 물질과 생명의 경계가 어디인지, 어떻게 물질에서 생명이 만들어지게 됐는지 질문이 꼬리를 문다.

우주의 기원에 관한 질문은 필연적으로 시간의 문제, 우주의 최후에 관한 문제와 연결된다. 지금까지 과학이 밝힌 우주 시작의 논리적 결과는 우주에도 결국 최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인데, 그 최후가 새로운 빅뱅과 함께 새 시작이 될지, 그저 시간이 갈수록 더 어두워지고 차가워지는 것일지 현재로선 알 도리가 없다.

기원이란 큰 질문을 제외한다면 적지 않은 분량을 차지하는 양자컴퓨터나 네트워크 과학, 기후변화 등 복잡다기한 분야를 넘나드는 질문들은 철학적 거대 담론과는 다소 거리가 멀어 보인다. 일반인에겐 복잡하게만 보이는 세부 분야를 파고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처럼 쪼개진 분야에서 제기되는 구체적인 작은 질문들은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문제의 실체를 실감나게 보여주는 효과가 있다.

전반적으로는 다루는 주제가 크든 작든 간에 정곡을 찌르는 질문에 비해 해답으로 나온 가설들은 어딘가 어설프고, 입증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한 가지만은 분명하다. 묵직한 질문의 무게만큼 답을 찾아가는 여정이 끊이지 않고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인정받은 일러스트레이터들이 질문들에 맞춰 그린 그림들은 해답을 찾지 못해 미로 속에서 헤맬 때마다 주어진 질문을 편안한 마음으로 되새겨보게 한다. 나는 누구이며,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가….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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