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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온, 과자값 안 올리고도 '나홀로 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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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온 초코파이 가격은 8년째 그대로다. 올 들어 롯데제과, 해태제과 등이 원자재 가격 상승을 이유로 잇달아 과자 가격을 올렸지만 유일하게 동결했다. 일각에서 실적 악화를 우려했지만 오리온은 이런 전망을 보기좋게 일축한 3분기 성적표를 내놨다. 국내 시장만 바라보는 ‘천수답 경영’에서 벗어나기 위해 일찍 해외로 눈을 돌리고 간편대용식을 비롯한 새 영역을 개척하는 등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한 성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엇갈린 실적…오리온만 웃어
오리온은 지난 8월 “올해 과자 가격을 동결하겠다”고 밝혔다. 해태제과, 롯데제과 등 제과업계는 물론 라면, 간편식 등 식품업계가 모두 원자재 가격 상승을 이유로 줄줄이 제품 가격을 올린 가운데 나온 발표였다.

해태제과는 앞서 홈런볼 등 주요 5개 제품의 가격을 평균 10.8% 인상했다. 롯데제과도 카스타드, 빠다코코넛 등 주력 제품 11종의 가격을 평균 12.2% 올렸다.

나홀로 가격을 동결한 오리온은 3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7% 증가한 6253억원, 영업이익은 5.9% 늘어난 1142억원을 기록했다고 지난 10일 밝혔다. 오리온은 “원자재 가격 상승에도 가격을 동결하고, 추석 특별상여금 등으로 비경상적 경비가 증가했음에도 영업이익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가격을 인상하고도 롯데제과의 실적은 부진했다. 3분기 매출은 579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3%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이 449억원으로 6% 감소했다. 롯데제과는 영업이익 감소 이유로 “원부자재 가격 상승”을 들었다.
해외·신시장…성장 전략 통했다
오리온은 2013년 이후 8년 연속 국내 제품 가격을 동결하고 있다. 해외시장 개척과 사업 다각화 등으로 원자재 가격 인상분을 상쇄할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이다. 오리온은 저출산과 수입 과자, 디저트 카페 등의 공세로 정체에 빠진 국내 제과 시장에서 벗어나 일찌감치 해외로 눈을 돌렸다. 화교 3세인 담철곤 회장은 중국 시장에서 철저한 현지화 전략으로 ‘초코파이 성공 신화’를 이뤄냈다.

올 들어 3분기까지 오리온 누적 매출에서 한국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34%에 불과하다. 나머지 66% 매출은 해외에서 거뒀다. 반면 오리온에 제과 1위 왕좌를 내준 롯데제과는 전체 매출 가운데 국내 매출이 73%를 차지한다. 해태제과의 해외 매출 비중은 7%에 불과하다.

오리온은 국내 가격을 동결하고 해외에서는 일부 제품 가격을 올리는 투 트랙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중국 법인은 9월 11년 만에 초코파이 등 파이 제품 4종의 가격을 6~10% 인상했다. 러시아 법인도 파이, 비스킷 등 전 품목 가격을 평균 7% 올렸다.

신사업도 서서히 성과를 내고 있다. 오리온 관계자는 “3분기 간편대용식 ‘마켓오네이처’와 단백질 제품 ‘닥터유’ 브랜드가 각각 32%, 38% 고성장하며 매출 증가를 주도했다”고 설명했다.

허인철 오리온그룹 부회장이 추진해온 경영 효율화와 신사업도 실적 개선 요인으로 꼽힌다. 허 부회장은 “필요하지 않은 일을 없애는 게 혁신”이라고 강조하며 경영 효율화를 추진했다. 계열사 합병, 부서 통합, 비핵심사업 정리 등을 통해 불필요한 사업을 없애고, 데이터 기반 재고관리, 글로벌 통합 구매관리 등으로 비용 효율화를 꾀했다.

혁신적인 성장 전략에 힘입어 오리온과 나머지 제과업체들의 격차는 더 벌어질 전망이다. 조미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러시아 베트남 등 해외에서의 성장으로 오리온 실적이 4분기 이후에도 계속 좋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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