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가계대출 총량규제로 대출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더니 결국 사달이 났다. 은행 예대금리 차가 지난 8월 2.1%포인트까지 벌어져 10년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으로 예금금리가 소폭 올랐다지만, 여전히 2%포인트를 웃돈다. 대출금리 상승을 막아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한 마당에 금융소비자들 원성이 더 커지게 됐다.
이는 ‘자고 나면 오르는’ 대출금리에 비해 예금금리 상승 속도가 더뎌 생긴 문제다. 현재 연 5%대 중반인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최고 금리는 지난 8월 말에 비해 1%포인트가량 상승한 반면, 1년짜리 정기예금 금리는 0.15%포인트밖에 오르지 않았다. 증시 부진으로 갈 곳 잃은 자금이 은행으로 몰려 지난달 정기예금에 20조원 넘게 유입됐다. 금융회사들이 소비자 등골을 빼내 예대마진으로 남긴다는 비난을 들을 만하다.
대출시장을 중심으로 한 금융 왜곡은 시장원리와 반대로 움직이는 금리 역전에서 더욱 선명하다. 통상 더 낮아야 할 주택담보대출 금리(상단 기준)가 신용대출 금리보다 높아졌고, 고(高)신용자가 저(低)신용자보다 더 높은 대출금리를 물어야 할 판이다. 금융회사 입장에선 규모가 큰 주담대를 조일 수밖에 없고, 중·저 신용자는 ‘약자’라며 거꾸로 이자 지원까지 해준 결과다. 새마을금고 같은 상호금융권의 신용대출 금리(3.85%)가 은행 신용대출(4.15%)보다 낮은 기현상도 벌어진다.
‘한 번도 경험 못 한’ 아수라장 같은 시장을 만든 책임은 누가 뭐래도 금융당국에 있다. 1800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 문제를 풀긴 해야 하지만, 시장원리를 무시하고 군사작전 하듯 전방위 대출 조이기에 나서야 했는지 의문이다. 전세대출까지 막다가 대통령 지적에 부랴부랴 ‘인상액 범위 내 대출’로 물러서는 등 실수요자 배려도 미흡했다.
그런데도 금융당국은 시장금리 상승이 대출 금리에도 반영된 때문이라고 유체이탈식 화법을 쓰고, 금리의 시장 결정을 존중하겠다고만 했다. 금융을 뒤죽박죽으로 만들어 놓고도 나 몰라라 하고 있는 것이다.
당국은 내년 가계대출 증가 목표율을 4~5% 선(올해 6%대)으로 더 빠듯하게 제시했다. 임대차법 시행 2년을 맞아 전셋값 급등도 불가피하다. 시장 메커니즘을 도외시한 규제와 간섭이 몰고온 시장 파탄을 제대로 반성하지 않고서는 전세대출 수요 대응 등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도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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