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바이오벤처기업 아리바이오가 치매 신약 개발에 한발짝 더 다가섰다. 임상 2상에서 효능을 확인한 만큼 내년 마지막 개발 단계인 임상 3상에 도전할 계획이다. 세계 첫 신약인 바이오젠의 아두헬름이 부작용 논란을 겪고 있어 아리바이오에 쏟아지는 관심이 커지고 있다.
아리바이오는 10일(현지시간)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2021 알츠하이머임상학회(CTAD)’에서 치매 치료 후보물질 AR1001의 미국 임상 2상 결과를 공개했다. 회사 측은 “인지기능 약화 속도가 늦춰지는 효과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했다.
아리바이오는 알츠하이머병 환자 210명을 대상으로 미국 21개 임상센터에서 12개월간 임상을 했다. 첫 6개월 동안은 환자를 3개 집단(10㎎ 투여군, 30㎎ 투여군, 가짜 약 투여군)으로 나눴고, 6개월 연장시험에서는 가짜 약 투약군에 포함됐던 환자를 무작위로 10㎎과 30㎎ 투여 집단으로 배정해 시험했다. 210명 중 173명의 환자가 첫 6개월 임상을 완료했고, 이 중 82%인 141명이 연장시험에 참여했다. 12개월 동안 투약한 환자는 115명이다.
회사 측은 1차 유효성 평가지표인 인지기능 평가와 인지·행동·기능 평가에서 인지기능 약화 속도가 늦춰진 것으로 분석됐다. AR1001을 단독으로 복용한 경우가 다른 알츠하이머병 관련 치료제를 같이 투약한 환자보다 더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아리바이오는 설명했다. 정재준 대표는 “기존에 허가된 증상완화제와 달리 알츠하이머병의 진행 속도를 늦추고 인지기능을 유지 또는 향상시키는 효과가 있어 기존 약물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치매를 낫게 하는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은 신약은 아두헬름이 유일하다. 치매 원인으로 꼽히는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없애는 효능이 있는 아두헬름은 지난 6월 세계 최초로 FDA로부터 치매 신약 승인을 받았다. 그동안 치매환자에게는 인지기능 약화를 지연하는 증상완화제인 도네페질 성분 의약품이 주로 처방됐다. 아리바이오는 AR1001이 먹는 알약이어서 주사제인 아두헬름과 차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두헬름은 부작용은 물론 효능 논란까지 일면서 지난 3분기 판매액이 약 3억5000만원에 그쳤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신약 허가를 앞두고 있는 것은 아리바이오엔 부담이다. 미국 일라이릴리는 지난달 FDA에 도나네맙의 신약 승인을 요청했다. 미국 로슈도 내년 하반기 완료를 목표로 간테네루맙의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아리바이오는 연내 FDA에 임상시험계획(IND)을 제출하고 내년 1분기 임상 3상을 시작할 계획이다. 임상 3상은 1500여 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할 예정이다. 코스닥시장 상장도 추진한다. 정 대표는 “올해 기술평가 신청을 하고 내년 3분기에 기술특례 상장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스턴=강영연 특파원/이주현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