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수혜를 기대하는 미국 항공사와 백화점 등이 연말 대목을 앞두고 극심한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기술이 필요한 항공기 조종사는 긴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탓에 경력 공백이 커졌다. 대면 업무가 필요한 소매점은 ‘감염병 포비아’를 호소하는 근로자가 늘면서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 조종사 취업 컨설팅업체인 퓨처앤드액티브파일럿어드바이저(FAPA)에 따르면 미 주요 항공사가 올해 채용할 조종사는 4200명에 이른다. 내년엔 9000명 넘는 조종사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유행 직전인 2019년 미국 항공사가 채용한 조종사는 5000명 수준이었다. 내년 신규 채용 규모는 최근 30년간 미 항공사가 모집한 조종사 규모로는 가장 크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지난해 코로나19가 확산하고 국경이 닫히자 항공사는 인건비를 절약하기 위해 인력 감축에 나섰다. 수천 명에 이르는 조종사도 조기 퇴직했다. 일부는 조종석을 완전히 떠나 다른 일자리를 찾아 나섰다. 코로나19 백신이 보급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미국과 유럽이 팬데믹 위기에서 벗어나고 국가 간 여행이 재개되자 항공사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다.
일각에선 조종사 구인난을 해결하는 게 예상보다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한다. 민간 항공사가 조종사를 채용하는 주요 통로 중 하나는 군대였다. 하지만 군에서 배출되는 예비 조종사는 감소하는 추세다. 경력이 많은 조종사는 정년을 맞아 대거 은퇴를 앞두고 있다. 대형 항공사가 소형 항공사의 조종 인력까지 끌어가면서 작은 항공사일수록 더욱 심한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이들이 선택한 것은 급여 인상이다. 미국 메사에어그룹은 신입 조종사에게 2만달러의 보너스를 내걸었다. 아메리칸항공 소속 지역 항공사도 채용 보너스로 15만달러를 지급한다.
연말 쇼핑 대목을 앞둔 소매점도 근로자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사람을 직접 대면하는 업무를 기피하는 근로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올해 말까지 직원 7만6000명을 채용할 계획인 메이시스백화점은 친구나 가족을 소개하는 직원에게 상여금 500달러를 지급하기로 했다. 월마트는 일부 신규 직원에게 시간당 17달러의 보너스를 제공하고 있다. 대학 등록금도 지원해 준다. 아마존 창고 직원이 받는 보너스는 3000달러에 이른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