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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허가 기간 단축, 사업 자율성 보장…서울 8만가구 공급 '숨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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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대치동 한보미도맨션 1, 2차(이하 미도), 여의도동 시범 등 간판 재건축 단지들이 참여 의사를 밝히면서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이 큰 힘을 받게 됐다. 정부 주도의 공공개발이 외면받는 것과 대조적이다. 신속통합기획이 민간 주도 개발을 서울시가 지원하는 방식이어서 인기를 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공공이 직접 시행까지 하는 정부 방식은 거부감이 큰 상황이다.

서울시는 주요 재건축 단지 사업 재개 등을 통해 2025년까지 매년 6만4000~9만5000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서울시 손잡는 대치 미도·여의도 시범
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대치 미도는 1000가구 이상 대단지 가운데 처음으로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을 신청했다. 1983년 준공된 대치 미도는 21개 동 2435가구 규모의 대단지다. 자체적으로 재건축을 통해 지하 3층~지상 최고 35층 24개 동 3800여 가구 재건축을 추진했다. 2017년 정비구역 지정 신청을 냈지만 3년 넘게 보류 중이었다.

여의도 시범도 사업 속도가 절실했다. 1971년 지어진 이 단지(1584가구)는 50년이 넘어 재건축이 가장 시급한 단지로 꼽힌다. 오세훈 시장이 직접 방문한 뒤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방문을 권유했던 곳이다. 여의도 시범 조합원도 전체 909명 중 867명이 신속통합기획을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보 서울시 주택정책실장은 “신청 단지는 도시계획위원회 선정위원회를 통해 추진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라며 “정비구역 지정 이후 건축심의도 한 번에 통과시킬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 빠른 사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신속통합기획의 가장 큰 장점은 인허가 기간을 줄여 사업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사업시행인가 단계에서도 건축, 교통, 환경 통합심의가 가능해진다. 서울시는 신속통합기획 확대를 위해 최근 신규 재개발 후보지를 공모했고, 주요 재건축 단지를 돌아가며 설명회를 열고 있다. 신속통합기획 재개발도 후보지 25곳 공모에 102곳이 몰릴 정도로 인기를 모았다.

한 조합 관계자는 “임대주택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정부 주도의 공공재개발이나 공공에 소유권을 아예 넘겨야 하는 공공 직접시행보다 민간 재개발이면서 일부 공공성 확보만 하면 되는 신속통합기획이 낫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인허가 정상화로 8만 가구 공급 ‘숨통’
서울시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오 시장 취임 후 200여 일간 정비사업에 대한 각종 심의와 인허가를 신속하게 처리해 8만 가구가 공급 절차를 밟고 있다”고 밝혔다. 사업 절차별로 △정비계획 수립 1만7000가구 △착공 전 인허가 4만8000가구 △착공 및 준공 1만7000가구 등이다.

서울시는 우선 행정 절차 정상화로 도시계획위원회, 도시재정비위원회 등 정비계획 수립 단계에서 1만7000가구를 통과시켰다. 정비계획 수립은 사업의 밑그림을 그리는 단계다. 정비계획이 마련되면 착공을 위한 건축심의 등 후속절차를 밟게 된다. 대표적으로 2006년 재정비촉진지구 지정 이후 10년 이상 사업이 지지부진했던 ‘한남5구역’(2555가구)이 지난달 도시재정비위원회를 통과했다. 신속통합기획이 적용돼 건축심의 등이 빠르게 추진될 예정이다.

1987년 준공된 강남구 일원동 ‘개포우성 7차’도 기존(802가구)보다 약 1.5배로 늘어난 1234가구로 재건축하는 정비구역 지정을 최근 마쳤다. 이외 건축심의를 통과한 재건축 단지는 잠실 미성크로바, 방배 신동아, 신반포 22차, 가락상아 1차 등 6개 단지 4621가구다.

서울시는 재건축, 재개발 외에 민간 토지와 공공 재원을 결합한 ‘상생주택’, 토지주들이 일정 면적 이상을 모아 공동주택을 지으면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모아주택’ 등 새로운 유형의 공급 모델도 발굴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총 80만 가구를 공급한다는 목표다.

신속통합기획

서울시가 정비계획 수립 단계에서 공공성과 사업성 균형을 이룬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정비구역 지정까지 신속한 사업 추진을 지원하는 제도. 정비구역 지정까지 걸리는 기간을 통상 5년에서 2년으로 단축시킬 수 있다. 원래 ‘공공기획’으로 불렸지만 정부 주도 공공개발과 헷갈리지 않게 이름을 변경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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