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수 대란’으로 국내 산업계의 취약한 공급망과 함께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 부재 등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등 고부가 기술이 필요한 제품이 아닌데도 요소수 품목 하나의 품귀로 물류와 제조현장 전반에 비상이 걸린 것이 이를 단적으로 드러낸다는 분석이다. 일본이 부가가치가 낮지만 필수소재인 요소수를 안정적으로 자급하고 있다는 점과도 대조적이다.
미세먼지 ‘폭탄’ 우려
3일 업계에 따르면 2011년 이후 국내 요소 생산량은 전무(全無)한 것으로 나타났다. 요소는 암모니아에 이산화탄소를 집어넣어 만드는데 생산 기술 자체가 어렵진 않다. 문제는 석탄이나 천연가스에서 암모니아를 뽑아내야 하기 때문에 중국이나 러시아 등 원재료 산지에서 직접 생산하는 것에 비해 경쟁력이 없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요소는 대표적인 ‘로엔드(low-end·저부가)’ 제품이어서 수입하는 게 훨씬 유리하다”고 말했다.실제 우리나라는 요소를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마지막 요소 공장은 적자를 누적하다가 2011년 문을 닫았다. 올해 1~9월 수입량(70만3052t) 중 80%가량은 중국에서, 나머지는 인도네시아나 중동, 러시아 등에서 수입했다.
요소에 증류수를 섞어 만든 요소수는 미세먼지 주범인 질소산화물을 질소와 물로 분해시키고 디젤차의 배출가스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 유럽 배출가스 규제인 ‘유로6’가 강화된 2015년 이후 모든 디젤차는 의무적으로 배출가스 저감장치(SCR)를 달아야 한다.
요소수를 제때 보충하지 않으면 차량 시동이 걸리지 않게 된다. 당장 2~3일 내 전국 화물트럭이 멈춰 서 물류대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동차 용품점 관계자는 “10L에 만원도 하지 않던 요소수를 5만원에 팔아달라는 전화가 하루에도 100통씩 온다”며 “물류업계는 당장 생존이 걸린 문제”라고 말했다.
요소수는 정유·철강업계 산업 설비나 폐기물 소각장에서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도 쓰인다. 통상 중국 북서풍 및 석탄난방 등의 영향으로 겨울철 미세먼지가 높아지는 만큼 요소수 품귀현상이 장기화되면 ‘미세먼지 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의 임시방편 대책 ‘한계’
정부는 러시아 등으로 수입처를 다변화하고 요소수 사재기를 단속하는 등의 대책을 내놨지만 업계에선 ‘언 발에 오줌누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수입처를 다변화한다 하더라도 새로운 거래처에서 요소 샘플을 받아봤는데 기존 스펙과 맞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다. 게다가 러시아에 주문한 요소가 한국에 들어오려면 최소 2~3개월이 걸린다.반면 한국과 산업구조가 비슷한 상황인 일본은 필수원자재인 암모니아를 자체 생산하면서 자국 내 필요한 요소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요소수를 쓰지 않고서도 질소산화물을 분리하는 방법을 연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요소수 제조업 관계자는 “이미 중국 거래처는 수출통관도 맡겨놨는데 갑자기 중국 정부가 막아버린 상황”이라며 “정부가 직접 움직이지 않는 이상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남정민/김형규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