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세계 최대 SNS 기업인 페이스북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사명을 ‘메타(Meta)’로 바꾸고 메타버스 중심 기업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페이스북의 변화를 향한 날갯짓은 지구 반대편 한국 주식시장에 메타버스 열풍을 일으켰다.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는 메타버스 관련주가 속출했다.
메타버스 관련주를 둘러싼 수급 환경도 좋다. 지난달 메타버스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4종이 상장하면서 새로운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메타버스 관련주 급등
지난달 29일 시각특수효과 업체인 위지윅스튜디오는 1.30% 오른 2만72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사상 최고가다. 지난 한 달 동안 47.30% 급등했다. 같은 기간 자이언트스텝(24.84%), 덱스터(48.16%), 맥스트(35.88%) 등이 일제히 상승했다. 네이버(6.54%), 하이브(29.29%), 펄어비스(21.81%), 위메이드(123.47%) 등 메타버스 ETF 포트폴리오에 포함된 대형주도 강세를 보였다.메타버스 관련주는 대부분 지난 7~8월 고점을 찍은 뒤 9월 말까지 조정을 받았다. 특별한 호재가 없어 대거 관심이 사그라들자 차익실현 매물이 나온 영향이었다. 지난달 13일 메타버스 ETF 4종이 상장한 것이 반등 계기가 됐다. ETF 상장 소식에 관련주가 다시 주목받고 상장 이후 패시브 자금이 유입됐다. 정부가 메타버스 등 핵심 유망 분야에 2조6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는 소식도 호재로 작용했다. 여기에 페이스북이 사명을 메타로 바꾸고 메타버스 기업으로 재탄생할 것이라는 소식이 기대를 높였다.
메타버스는 가상·증강현실(AR·VR) 기술을 활용해 가상공간에서 현실공간을 재현해내는 것을 뜻한다. 나를 본뜬 아바타가 온라인 공간에 차려진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남들과 대화도 하는 식이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PwC에 따르면 세계 메타버스 시장 규모는 2025년 4760억달러로 추정된다. 올해부터 연평균 26% 고성장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수익률 삼성, 순자산은 미래에셋 1위
전문가들은 메타버스 ETF 투자를 눈여겨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메타버스는 업체별 특화된 분야가 있고, 기술이 복잡해 개인투자자가 종목을 발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국내에는 4종의 메타버스 ETF가 지난달 13일 상장했다. 이 중 현재까지 수익률이 가장 높은 상품은 ‘KODEX K-메타버스액티브’다. 상장 후 지난달 말까지 22.11% 뛰었다. 포트폴리오 상위 종목에 위메이드(비중 8.84%), 하이브(8.12%), 펄어비스(7.49%) 등 최근 주가가 급등한 게임·엔터주가 포함된 영향이다. 이 ETF는 4종의 메타버스 관련 ETF 중 유일한 액티브 ETF다. 패시브 ETF가 특정 지수의 수익률을 그대로 추종한다면 액티브 ETF는 펀드매니저가 일부 종목 변경을 시도해 초과 수익을 추구한다.
그 뒤로 ‘TIGER Fn메타버스(18.69%)’, ‘KBSTAR iSelect메타버스(12.16%)’, ‘HANARO Fn K-메타버스MZ(9.29%)’ 순으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0.89%)을 크게 웃돌았다.
국내 상장된 메타버스 ETF 4종의 순자산총액 합은 2957억원에 달한다. 순자산총액이 가장 많은 상품은 ‘TIGER FN메타버스’(1611억원)다. 그 뒤로 ‘KODEX K-메타버스액티브’(1138억원), ‘KBSTAR iSelect메타버스’(119억원), ‘HANARO Fn K-메타버스MZ’(89억원) 순으로 집계됐다.
개인투자자가 집중적으로 메타버스 ETF를 사들이는 모습이다. 개인투자자는 지난달 13일부터 29일까지 TIGER FN메타버스를 914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외에도 KODEX K-메타버스액티브(845억원), KBSTAR iSelect메타버스(51억원), HANARO Fn K-메타버스MZ(27억원) 등도 대거 사들였다.
전문가들은 메타버스 관련주에 대해 중장기적 관점의 매수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단기적으로 주가 변동성이 클 수 있지만 성장성이 큰 산업인 만큼 중장기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김한경 교보증권 연구원은 “메타버스는 단발성 테마가 아닌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미래 사업”이라며 “중장기 관점에서 지속적인 관심이 요구되는 분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