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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급등에 보복소비·재정 확대까지…물가 상승 더 가팔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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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년 동월 대비 2% 넘는 높은 물가 상승세가 적어도 내년 초까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연말까지는 3% 안팎의 고물가가 유지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에너지 가격 상승과 공급망 차질 등 물가를 끌어올린 요인이 여전한 가운데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에 따른 소비 증가가 이달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부의 각종 소비 진작책도 물가 불안을 높이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끝 안 보이는 원자재값 상승
2일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소비자물가 동향’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돼지고기(12.2%) 소고기(9.0%) 등의 가격 상승폭이다. 급등한 국제 곡물 가격이 국내 사료값을 밀어올려 육류 가격 급등으로 이어지고 있어서다. 유엔 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9월 세계 곡물가격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7.3% 치솟았다. 국내 곡물 자급률이 20%에 그치는 가운데 육류 생산비의 상당 부분은 곡물로 만든 사료가 차지한다. 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해상운임 상승 등의 여파로 국제 곡물 가격은 4분기에도 오름세가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통상 3~6개월 간격을 두고 곡물 가격이 사료값에 반영되는 점을 감안하면 육류 가격 상승은 내년 6월까지 이어질 수 있다.


올해 물가 상승세를 이끌어온 에너지 가격 상승은 겨울철을 앞두고 계속되고 있다.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은 1일(현지시간) 배럴당 84.05달러로 한 달 전 대비 15.4% 올랐다. 러시아의 증산 발표로 최근 조금 떨어진 천연가스 가격은 4개월 전과 비교하면 1.5배가량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김세완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원유는 100%, 농산물은 80%를 수입해 와야 하는 한국은 중국처럼 수입 규모를 늘려 가격을 떨어뜨리기도 어려운 구조”라며 “관련 제품의 국제 가격 상승이 국내 물가로 그대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 정책도 물가 끌어올려
1일부터 수도권 음식점의 영업시간 제한이 없어졌다. 이로 인해 소비가 늘어 물가 상승세를 부채질할 전망이다. 서울 시내 주요 음식점의 저녁 예약이 한 달 이후까지 차는 등 소비 증가세는 가시화되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거리두기 강화로 서비스 가격 상승이 낮았던 데 따른 기저효과를 감안하면 물가 상승세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불어나는 정부 씀씀이도 물가 상승세를 키우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한국은행 조사국은 지난달 27일 ‘우리나라와 미국의 주요 물가 동인 점검’ 보고서에서 소비자물가가 올해 4~9월 6개월 연속 한은의 안정 목표치(2%)를 웃돈 원인의 하나로 정부 확장재정을 꼽았다.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추진된 확장적 재정정책이 유동성을 쏟아냈고, 그만큼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올해 경제 성장률이 4%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가 재정을 풀면서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물가 상승 우려가 높아지면서 정부는 이날 물가관계 차관회의를 열고 각종 물가 안정책을 내놨다. 우선 이달 12일부터 정유사 직영 주유소와 알뜰 주유소 등에서 유류세 20% 인하 조치가 적용된 휘발유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한다. 다음달부터는 상업용·발전용 가스요금에 관세 인하분이 반영될 예정이다. 계란 공판장 두 곳을 개설하고 배추와 무, 고추 등 김장 채소 공급도 확대한다.

다만 각종 소비 진작책에 따라 정부 정책이 결과적으로 물가를 끌어올릴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달 1일부터 외식·숙박·여행·체육·영화·전시·공연·프로스포츠 관람·농축수산물 등 9종의 소비쿠폰이 지급되고 있다. 3분기 월평균 지출액보다 많이 쓰면 1인당 최대 10만원까지 환급해주는 정부의 카드 캐시백 지급액은 지난달 15일 600억원에서 3025억원으로 크게 불어났다.

노경목/김소현/정의진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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