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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플랫폼은 악'이라는 편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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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성장위원회는 얼마 전 카카오모빌리티와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의 협상을 주선했다. 전화 대리운전 중개업체의 모임인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가 “대리기사에게 받는 수수료 인하를 막고, 시장 점유율을 제한해야 한다”는 요구를 하면서다. 카카오모빌리티가 대리기사들에게 받는 수수료를 내리면서 사업을 확장하려고 하자 연합회가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거대 플랫폼이 골목상권인 대리운전 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게 이들이 내세운 명분.

협상 초기, 수수료 인하 반대 분위기는 잡히지 않았다. 최근 기류가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한 협상 관계자는 “최근 카카오가 다른 업종에서 골목상권 침해 논란으로 궁지에 몰리자 연합회의 위상과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심상정·류효정 정의당 의원 등이 카카오가 연합회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며 힘을 실어준 것도 한몫했다.

이번엔 대리운전 기사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한마디로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되레 카카오를 지지하는 기류가 강해지는 분위기다. 대리운전 기사들의 모임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콜센터가 갑질하는 데 카카오가 들어와서 상황이 나아지나 싶었는데…” “카카오 대리가 훨씬 낫다”는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이들이 울분을 토하는 것은 기존 시장의 왜곡 때문이다. 국내 대리운전 시장은 전화 콜 대리가 80%를 차지한다. 로지, 콜마너, 아이콘 등의 독과점 구조다. 전화 대리기사의 약 70%가 로지를 이용하고 있고 콜마너, 아이콘도 상당한 시장 지배력을 보이고 있다. 경쟁자가 없으니 대리기사로부터 받는 수수료는 20~35% 수준에 달한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제시한 수수료는 0~20%다.

정보기술(IT)업계에서 “전화 대리운전 중개업체들이 기사의 이익보다는 제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혁신을 골목상권 침해 프레임으로 몰아갔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데이터를 통한 효율적인 기사 매칭은 누군가는 해야 할 서비스 혁신이다. 진화한 기술을 가진 기업의 진입과 자율 경쟁 원리로 진작에 했어야 할 일이다. 그러나 대리운전업체들은 고객을 향한 혁신 대신 ‘독과점’ 밥그릇을 먼저 바라보고 있다.

카카오의 무차별 사업 확장은 대중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 그렇다고 플랫폼의 사업 확장이 모두 ‘절대악’일 순 없다. ‘효율적인 연결’은 사회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며 과거에 머물러 있는 산업에 혁신을 불러오기도 한다. ‘플랫폼은 악’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덮어놓고 혼내는 풍토는 국내 산업 경쟁력을 낮추는 것은 물론 약자를 더 깊은 수렁으로 내모는 또 다른 위험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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