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가 연일 최고가를 갈아치우면서 미국 증시 지수를 3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한 국내 투자자들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단기 급등에 따라 차익실현 욕구가 커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실적 시즌이 마무리되는 만큼 상승폭은 이전보다 약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수 추종보단 업종별 대응을 해야할 때란 조언도 따랐다.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주요 기술주 10개 종목을 3배로 추종하는 ‘BMO 마이크로섹터 FANG플러스 지수 3X 레버리지 ETN(FNGU)'은 5.49% 오른 46.3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1개월간 상승률은 51.73%에 달한다. 같은 기간 미국 증시가 강세를 보이면서 3배 추종 레버리지 상품들은 줄줄이 높은 수익률을 기록중이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를 3배로 추종하는 ETF인 'SOXL'은 34.95% 올랐다. 나스닥지수를 3배 추종하는 ETF인 'TQQQ'도 31.63% 상승했다.
국내 투자자들은 상승장에서 3배 레버리지 종목을 집중 매수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국내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해외종목은 TQQQ로 3억8274만달러(약 45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SOXL, FNGU도 순매수 상위 종목에 오르내리는 ETF다.
투자자들은 언제 사느냐보다 언제 파느냐를 더 어려워하기 마련이다. 3배 레버리지 종목을 산 투자자라면 더 그렇다. 전문가들 상당수는 최근 2주와 같은 상승세가 이어지긴 어렵다고 평가하고 있다. 지수 추종 3배 ETF를 중심으로 한 매매전략을 시장 상황에 맞게 수정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은 "코로나19 이후 실적 발표 시즌 때마다 미국 증시가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며 "10년물 금리가 우려만큼 오르지 않으면서 금리 리스크는 상당히 완화했지만 실적 시즌이 끝나가는 만큼 최근과 같은 상승세가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스권 장세가 나타나면 레버리지 ETF는 불리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주가 상승세로 미국 나스닥 지수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이 부담이 높아졌다는 점도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부분이다. 박광남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가 열리는 만큼 아직 불확실성이 남아있다"며 "인플레이션 부담에 대한 우려가 큰 만큼 인플레이션 우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업종에 집중하는 전략이 중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수를 단순 추종하기 보다 리츠나 고배당주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야 할 시기라는 얘기다.
지수 3배 추종 ETF 자체를 장기적으로 들고가서는 안된다는 조언도 나왔다. 3배 추종 상품 자체가 투자 기간의 '누적 수익률'이 아닌 '일간 수익률'의 3배를 좇기 때문이다. 음(-)의 복리효과로 인해 장기투자에 적합하지 않단 지적이다. 김도현 삼성증권 연구원은 "상승장에서는 좋아도, 시장이 조정받으면 타격이 큰 게 3배 추종 상품"이라며 "단기 트레이딩을 위한 상품인데, 이를 장기투자용 상품으로 보고 접근하는 건 옳지 않다"고 설명했다.
고윤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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