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금융지주사들은 여러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회사 간 조직문화가 다르고 규제를 보수적으로 해석하는 분위기 때문에 쉽사리 원 앱을 추진하지 못했다. 최근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금융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존 은행들에도 원 앱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27일 앱 마켓에 공개된 KB스타뱅킹을 낱낱이 뜯어봤다.
토스보다 더 쉬운 로그인
스타뱅킹 앱을 켜면 자동으로 로그인이 끝난다. KB모바일인증서를 통해 인증 절차를 한 번만 거치면 비밀번호나 패턴을 입력하지 않아도 앱을 켜는 것만으로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다른 은행 앱이나 핀테크 앱은 아직 구현하지 못한 기능이다. 다만 비밀번호를 잃어버렸을 때 보안카드가 필요하다. 전자금융 감독규정에 따르면 금융 앱에서 5회 비밀번호를 잘못 입력하면 거래가 정지된다. 대형은행에선 이 경우 보안카드로 거래정지를 풀고, 카드가 없다면 지점을 찾아 보안카드를 새로 발급받아야 한다.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등은 휴대폰 본인인증을 거쳐 거래정지를 풀어준다.첫 화면 하단엔 ‘KB금융그룹’ 탭이 있다. KB증권 주식매매를 비롯해 KB손해보험 보험금 청구하기 등의 버튼이 나열된다. 주식매매 버튼을 누르면 ‘KB증권으로 이동합니다’란 안내가 뜬다. 갤럭시S21 기준으로 2~3초 남짓이면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화면이 나온다.
하단의 ‘현재가/주문’을 누르면 선형 그래프로 주가 추이를 확인할 수 있다. 매수·매도 버튼은 ‘판매하기’와 ‘구매하기’ 등으로 쉽게 알아보도록 바뀌었다. KB국민카드가 제공하는 간편결제 서비스 ‘KB페이’는 스타뱅킹 첫 화면에 구현돼 있다.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등과 비슷하게 간편결제를 할 수 있다.
은행 WM 서비스를 앱에서도
자산관리(WM)는 핀테크사가 구현할 수 없는 은행만의 독창적인 서비스다. 스타뱅킹에서 연금이나 세(稅)테크 등의 기본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내 자산 중 연금 비중을 보고 수익률도 확인 가능하다. 맞춤 설계를 누르면 ‘내 나이’와 ‘은퇴 나이’, ‘기대수명(80세)’, 은퇴 후 생활비(2인가구 월 280만원), 보유 중인 연금과 금융자산 등을 입력하라는 창이 뜬다. 입력을 끝내니 준비자금과 은퇴생활비, 부족자금이 일목요연하게 떴다.프라이빗뱅커(PB)를 만나야 가능하던 전문가 상담도 앱에서 받을 수 있다. 세무 전문가나 부동산 전문가, 재무설계 전문가 등이 절세 한도를 찾아주거나 상속 또는 증여 방법을 알려주는 내용이다. ‘MVP스타’ 혹은 ‘로얄스타’ 등 금융자산이 일정액 이상 돼야 이용할 수 있다. 경제 및 재테크 뉴스 창도 눈길을 끈다. 주식시황을 안내하는 ‘한끼 금융뉴스’, 부동산 투자를 해설하는 ‘리브부동산 TV’, 금융 트렌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여의도 5번출구’ 유튜브 콘텐츠가 떴다.
회사원 박준영 씨(34)는 “글씨가 많아 어떤 기능인지 숙지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며 “원하는 기능을 못 찾을 때 해결 방법에 대한 안내가 더 친절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은행 원 앱이 허용된 만큼 소비자 피드백을 받아 기능을 고도화할 것”이라며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지속적으로 개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