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잠재적 위험 요소를 줄일 수 있고, 수익성도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마이클 살바티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사업 아시아태평양 리더(사진)는 3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아직도 ESG 경영을 ‘비용’으로 생각하는 기업이 많지만, 오히려 ‘비용 절감’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메릴린치 퀀트 매니저 출신인 그는 10여 년 전부터 투자자, 기관, 기업, 규제당국, 정부, 학계 등에 지속가능성을 평가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역할을 담당해왔다. 그는 11월 10일 ‘글로벌인재포럼 2021’ A-2세션(ESG경영의 미래) 발표자로 나선다.
살바티코 리더는 “코로나19를 계기로 사람들은 ‘사람’을 최우선 가치로 두기 시작했다”며 “특히 기후 변화에 면역력을 가진 사람이 없다는 것에 위기감을 느끼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유럽이 변화의 선봉장에 섰다. 유럽연합(EU)의 택소노미(녹색분류체계) 등 무엇이 친환경 산업인지를 분류하는 각종 객관적 기준을 제시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주관적인 잣대로 바라본 ESG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는 “올해가 ESG 경영이 얼마나 의미 있는 성과를 내는지를 보여주는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S&P글로벌에 따르면 2025년이 되면 주요 글로벌 기업들은 2830억달러(약 332조원)를 탄소배출권 비용으로 써야 한다.
이는 전체 이익의 13%에 달하는 규모다. 살바티코 리더는 “ESG에 투자하는 기업일수록 장기적으로는 비용을 절감하고, 근로자들의 생산성을 높이며, 잠재된 위험 요소도 줄일 수 있다”며 “여기에 더해 새로운 이익을 창출할 기회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S&P글로벌은 다양한 ‘렌즈’로 기업을 바라보고 평가한다. 환경 부문에서는 원재료 구매부터 물 사용, 에너지 효율성, 패키징과 재활용 전략까지 전 가치사슬을 살펴본다. 사회 부문에서는 인적자본 개발, 근로자 인권 보호, 주주 참여 수준 등을, 지배구조 부문에서는 정책 영향, 개인정보 보호, 리스크 관리, 공급망 관리 등을 평가한다. 기본적인 평가 기준만 80여 개에 달한다.
S&P글로벌은 이런 평가를 토대로 1999년 다우존스지속가능지수(DJSI)를 개발한 데 이어 파리기후협약지수(PACT) 등을 만들었다. 중요한 투자 지표로 활용되는 만큼 기업들은 이들 지수가 요구하는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살바티코 리더는 “높은 ESG 점수가 투자 성과로도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 연구에 따르면 2000건의 실증 사례를 바탕으로 ESG와 투자 수익률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ESG 점수가 높은 종목의 약 90%가 수익을 냈거나 최소한 손실을 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코로나19를 계기로 이런 인과관계는 더 분명해졌다. 그는 “코로나19가 확산됐던 지난해 ESG 관련 지수의 90%가 벤치마크를 웃도는 성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투자 수익률이 높아지자 ESG펀드로 돈이 몰리는 선순환도 이어지고 있다. 살바티코 리더는 “지난해 ESG 원칙을 가지고 운용되는 펀드에 몰린 돈이 역사상 처음으로 1조달러(약 1170조원)를 넘어섰다”며 “본격적인 투자 선순환이 시작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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