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식당 영업 마감시간인 밤 10시를 전후해 이태원 홍대 등 서울 번화가 도로변은 택시 잡으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이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의 여파로 일을 그만둔 기사가 늘어난 와중에 거리두기 규제가 완화돼 유동인구가 급격하게 증가한 탓이다.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가 본격 시행되는 다음달 1일부터는 이 같은 현상이 시간대만 바뀌어 더 심해질 것이란 게 업계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택시보다 사람이 더 많아
위드 코로나에 대한 기대로 저녁시간대 대면 약속이 폭증한 것은 데이터로 드러난다. 서울시 공공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23일 이태원역 지하철 승하차 인원은 2만6297명으로 1주일 전(16일) 대비 1909명(7.8%) 증가했다. 택시기사 A씨는 “요즘 저녁 회식이 많아져 밤 10시 무렵 택시를 타려는 손님이 부쩍 늘었다”며 “20~30분 만에 가까스로 택시를 잡았다는 손님이 한둘이 아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대리운전도 상황은 비슷하다. 신승현 대리운전총연합회 의장은 “하루에 들어오는 대리운전 접수콜의 70%가 밤 10시 전후에 집중돼 있고 취소되는 게 50%에 달한다”며 “수요가 갑자기 몰리니 기사들이 저렴한 콜은 전부 취소해버리고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리기사가 배정되지 않아 항의하고 욕설까지 하는 손님도 많다”고 토로했다.
식당 문 닫는 시간이 종전 밤 9시에서 10시가 된 것은 9월 6일부터다. 택시업계 관계자는 “9월부터 택시나 대리운전 잡기가 간단치 않아진 건 사실이지만, 번화가 이외 지역에서는 문제가 없었다”며 “최근 백신 2차 접종자가 늘어나고, 거리두기도 완화되면서 정도가 더 심해진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승차난 언제까지 이어질까
택시 잡기가 어려워진 데는 유동인구가 늘어난 것 외에 몇 가지 이유가 더 있다. 코로나19 타격으로 운전을 그만두는 택시기사가 늘어난 게 또 다른 배경으로 꼽힌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택시기사 수는 24만2662명으로 2017년(27만3295명) 대비 11%가량 감소했다. 코로나19가 창궐한 작년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매년 줄어드는 수가 3000명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이후 연 1만 명 정도로 감소폭이 커졌다.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정착된 택시기사들의 영업 행태도 요인 중 하나다. 10년 경력의 택시운전기사 안모씨(68)는 “장사가 안돼 저녁시간에 운행하지 않고 집에서 쉬는 개인택시기사가 부쩍 늘었다”며 “이들은 손님이 증가한 요즘에도 늦은 시간엔 아예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택시기사 B씨는 “손님이 많아져 수입이 늘어난 건 좋지만, 승차가 어려워지면 택시 이미지가 나빠진다”며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가 해소돼 승차 문제가 하루빨리 해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개인택시조합 관계자는 “택시 승차 문제는 과도기적 현상으로 본다”며 “코로나19발(發) 영업난으로 일시적으로 운행을 중단했거나 저녁 운행을 하지 않는 택시기사들이 돌아오면 택시 승차난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강호 기자 callm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