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내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제로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한국경제연구원의 경고가 나왔다.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돼 성장잠재력 제고를 위한 특단의 노력 없이는 마이너스 성장도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은행, 국제통화기금(IMF) 등 잠재성장률 하락을 경고한 기관들이 많았지만, ‘10년 내 0%대’라는 구체 시한이 제시돼 경각심을 더한다. 그만큼 우리 경제가 가시적이고 구조적인 위기로 빠져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의 경제 실력과 발전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 지표다. 문제는 이 지표가 브레이크 없는 하락세라는 점이다. 1990년대 8.3%에 달했던 잠재성장률이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2%대까지 곤두박질쳤다. 5년 임기 정권마다 1%포인트씩 계단식으로 까먹은 셈이다. 올해 코로나 기저효과와 수출 호조 등으로 착시를 낳고 있지만, 지금 추세면 잠재성장률이 2030년 0.9%까지 떨어질 것으로 한경연은 내다봤다. 따라서 성장이 멈추는 경제파국을 막기 위해 성장잠재력 확충이 차기 정부의 정책 1순위가 돼야 한다는 게 한경연의 결론이다. 다른 연구기관들의 제언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여기저기서 ‘성장 절벽’ 경고가 끊이질 않는데도 정치권 행보를 보면 암울할 따름이다. 현 정부는 노동개혁, 연금개혁 등 구조개혁은 뒷전인 채 소득주도성장, 탈원전 정책 등 ‘미몽’에 사로잡혀 5년간 허송세월을 했다. 대선주자들이라고 더 나을 것도 없다. 너나 할 것 없이 ‘반값 아파트’ ‘쿼터(4분의 1 가격) 아파트’ 등 사탕발림 공약 경쟁에 몰두할 뿐 국가전략이나 비전은 눈 씻고봐도 안 보인다. 여당 후보인 이재명 전 경기지사가 ‘경제부흥’을 외쳤지만 기본소득·기본금융·기본주택 등 ‘묻지마식 퍼주기’를 성장정책이라고 우기는 정도다.
경제성장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굳이 성장이 멈춘 캄캄한 미래상을 상상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런 사례는 베네수엘라 그리스 아르헨티나 등 차고 넘친다. 추락하는 잠재성장률을 다시 우상향 곡선으로 바꾸지 못하면 선진국 문턱에서 몰락한 나라들의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다. 성장동력인 기업 활동을 독려하고 규제혁파와 노동개혁 등 반드시 해야 할 일을 좌고우면하지 말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10년이 아니라 5년 안에 ‘제로 성장’의 절벽으로 추락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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