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술로 제작한 한국형발사체(KSLV-Ⅱ) 누리호 발사가 난데없이 ‘병풍 과학자’ 논란으로 얼룩졌다. 문재인 대통령의 누리호 발사 관련 메시지 발표에 과학자들이 뒷배경으로 동원됐다는 비판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행사 기획자인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반박에 나섰지만 뒷맛은 여전히 개운치 않다.
누리호 발사 다음날인 지난 22일 ‘발사 현장에 정치적 이벤트만 있었다’는 보도가 나온 것이 발단이었다. 문 대통령이 누리호 발사 후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하는 과정에서 배경화면을 채우기 위한 ‘병풍’으로 과학기술자들을 동원했다는 내용이었다. 탁 비서관은 SNS를 통해 “대통령은 여간해서 누구와 함께 서지 않는다”며 “특별한 격려가 필요하거나, 메시지의 주인공만이 함께 설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 기자 하나 때문에 왜 이리 피곤해야 하나…”라고 적었다.
당시 누리호 발사는 성공 여부 확인이 국민의 초관심사였다. 만약 실패했다면 그 이유에 대한 의문이 클 수밖에 없었다. 그 내용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이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과학기술자나 책임자였을 것이다. 그런데 발사 당일 성공 여부에 대한 발표는 문 대통령의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발사체를 우주 700㎞ 고도까지 올려 보냈지만 더미 위성을 궤도에 안착시키는 것이 미완의 과제로 남았다”는 정도로 상황을 설명했다. 이후에는 세계의 우주 개발 경쟁, 한국의 향후 발사체 추진 계획 등에 대한 장황한 설명이 이어졌다. 기자들이 더미 위성의 궤도 안착 실패 이유를 문 대통령에게 물을 순 없는 노릇이었다. 언론 브리핑은 대통령 메시지 발표로부터 약 1시간이 지나서야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절반의 성공’에 대한 원인 규명이 최우선임에도 대통령 메시지부터 서둘러 내보낸 것을 두고 과학기술자 상당수가 의문을 품었을 법하다. “밤낮으로 했던 고생이 누구에겐 잠깐의 이벤트로 생각되는 것 같다”는 누리호 개발 참여 과학자의 한탄이 언론을 통해 흘러나왔다.
탁 비서관은 앞서 문 대통령과 함께 유엔 총회와 각종 행사에 참석한 BTS에게 여비를 지급하지 않았다는 의혹으로도 논란을 낳았다. 처음에는 “여비를 지급했다”고 했다가 나중에는 “지급 결정이 완료된 상태”라고 말을 바꿔 비판을 받았다.
탁 비서관의 페이스북 계정에는 “우리 시대가 그리워하는 것을 정직하게 표현하는 것, 그게 아름다움이다”라는 머리글이 적혀 있다. ‘정직하게’라는 말은 ‘정권 홍보를 위해’라는 말과 어울리지 않을 것이다. 문 대통령 임기 말이지만 진정으로 ‘아름다운’ 대국민 소통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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