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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대만 CPTPP 신청서 내자…정부 "우리만 뒤처질라" 가입 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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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참여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은 한국만 뒤처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는 평가다. 중국과 대만이 CPTPP 가입을 신청한 영향이 컸다. 통상환경 격변기에 한국만 배제될 경우 공급망·디지털·기후변화 등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어서다. 하지만 주도국인 일본이 한국의 가입에 우호적이지 않은 점은 부담이다. 완성차·농산물에 대한 추가 개방 압박이 거셀 수 있어 대비책을 함께 강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분위기 바뀌어
CPTPP는 세계 최대 규모의 경제블록이며 중국 견제 목적이 강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모체다. 하지만 2017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탈퇴한 뒤 2018년 CPTPP로 다시 출범했다. 현재는 일본이 주도하며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칠레, 싱가포르 등 11개국이 회원국으로 가입해 있다. 회원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전 세계 13%, 무역규모는 15%에 이른다.


CPTPP 가입에 미온적이던 한국 정부가 입장을 바꾼 것은 조 바이든 정부가 출범하면서부터다. 문재인 대통령은 작년 말 가입 의사를 밝혔고, 올해 1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21년 대외경제정책 추진전략’을 통해 CPTPP 가입 검토를 공식화했다.

검토 단계에 머물던 한국이 CPTPP 참여로 급선회한 것은 중국과 대만의 가입 신청 때문이다. 중국은 CPTPP 가입 조건을 완화하는 등 기존의 판을 흔들 가능성이 있고 대만이 먼저 가입하면 한국은 공급망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고 정부는 보고 있다. 디지털 통상 분야에서 CPTPP의 내용이 글로벌 통상규범으로 확립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가입 신청 결정의 배경이 됐다.

전윤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실장은 “중국과 대만이 전격 가입을 신청해 CPTPP에 대한 전략적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된 상황”이라며 “통상질서 리더십 확보를 위해 한국도 CPTPP 가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완성차·농산물 개방압력은 과제
가입 신청이 이뤄져도 CPTPP 회원국이 되기까지는 가야 할 길이 멀다. 11개 회원국 전체의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세부 협상을 거쳐 최종 가입을 완료하기 위해선 3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무엇보다 의장국인 일본이 한국의 가입에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이 부담이다. 일본이 가입 승인 조건으로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 가능성이 점쳐진다. 일본은 특히 원전 사고가 난 후쿠시마산 농수산물 수입규제 해제를 요구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칠레는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때 개방 수준을 확정하지 못했던 자두·고추 등의 관세 철폐를 요구할 수 있다. 농민들의 반발이 예상되는 쌀도 우려 대상이다.

기존 회원국들이 ‘쌀시장 추가 개방’을 요구하거나 이를 지렛대 삼아 다른 품목의 추가 개방을 압박할 수 있다. 완성차, 자동차 부품 등에서 타격이 예상된다. 수산보조금, 공기업 지원 등 CPTPP 규정과 상충될 수 있는 영역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일본과 멕시코를 제외하면 다른 나라들과는 일정 수준의 FTA를 체결한 한국이 CPTPP를 통해 얻어갈 수 있는 실익이 적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CPTPP에서 발을 뺀 미국이 중국이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이어 CPTPP마저 주도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한국과 대만을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이 주도권을 놓친 CPTPP에 다시 발을 들여다 놓기는 쉽지 않지만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간과할 수 없다는 점에서다.

중국은 의장국인 일본과의 조율을 거치지 않고 독자적으로 가입 신청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11개 CPTPP 가입국은 중국의 참여를 놓고 의견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찬성 측은 중국의 가담으로 CPTPP의 영향력이 커질 것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반대 측은 중국이 정해 놓은 규칙을 따르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한 통상전문가는 “중국의 참여는 CPTPP 내에서 일본의 리더십이 흔들릴 수 있는 중대한 변화”라며 “한국이 여러 가지 변수를 고려해 뒤늦게 가입에 나섰지만, 왜 지금에서야 나서는지는 의문이 남는다”고 설명했다.

이지훈/강진규 기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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