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대광고에는 ‘학생 CEO’가 있다. 1~3학년 학생 13명이 최고경영자(CEO), 영업, 디자인 등 각자 직무를 맡아 실제 기업처럼 역할 분담을 했다. 2019년 설립된 학교기업 ‘3D DIS’ 얘기다. 원래 학교 홍보용 디자인 제품을 제작하는 데 머물렀지만 현재는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한 발명 시제품을 제작하고 판매하는 ‘수익형 체제’로 전환했다. 김정수 대광고 특허사업단장은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 바로 기업을 경영할 수 있도록 현장 실무 능력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발명, 지식재산(IP) 교육이 고교 진로 선택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발명특성화고 출신 학생들이 특허, 디자인 등 IP를 기반으로 창업해 성공하고, 기업과 연계된 발명 교육을 통해 실무형 인재로 거듭나는 경우가 많아져서다. 취업난이 고교, 대학 졸업자를 가리지 않고 심해지는 가운데 IP 특화 교육이 대안으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창업 나선 학생들, “특허가 수익 부른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직업계고(특성화고, 마이스터고 등) 학생 취업률은 절반인 약 50%에 그쳤다. 졸업자 8만9998명 중 진학(3만8215명)과 입대(1585명)를 제외한 5만198명 중 2만4938명(49.6%)이 취업했다. 직업계고 설립 취지로 볼 때 저조한 취업률이다.발명특성화고는 취업과 창업의 새로운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다. 정부가 발명과 특허 실무에 특화된 산업 인력을 육성하기 위해 2008년부터 운영해온 인재 양성 체계다. 내년도까지 6개교(광양하이텍고, 미래산업과학고, 광주자연과학고, 서귀포산업과학고, 삼일공고, 대광고)가 3기 ‘학교 단위’ 사업 지원 대상이다. 지난해 말 기준 3374명이 재학 중이다. 전체 직업계고 인원에 비해 학생 수는 적지만, ‘알짜’ 성공사례가 상당수다.
창업은 발명특성화고 학생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분야다. 세상에 없던 해결책을 제시하는 발명이 수익성 사업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학생들은 스스로 취득한 특허와 노하우를 기반으로 사업을 개척하고 있다. 특히 교육 분야에서 창업이 많이 이뤄졌다. 발명 교육기업 ‘세모가네모’, 발명 콘텐츠 제공 기업 ‘꿈하랑’ 등이 대표적이다.
교육 교구 기업 ‘에스엔티스튜쳐’는 발명특성화고 사업이 최초로 시작된 경기 수원 삼일공고 출신 연희연 대표가 설립한 곳이다. 고2 때 창의력 개발 완구 ‘코이 스토리’로 특허를 출원한 이래 16건의 특허·실용신안 등을 보유한 기업 대표로 성장했다. 연 대표는 “고교 때부터 아이디어의 권리 범위를 구체화하는 방법을 배웠다”며 “특허 출원으로 에듀테크 사업 영역을 계속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업들 러브콜 이어져
발명특성화고에선 3년간 최대 255시간의 특허 전문 교육이 이뤄진다. ‘발명과 디자인’ ‘발명과 문제 해결’ 등 실무와 연결된 교과목이 주를 이룬다. 이론 교육은 현장 프로젝트와 병행해 효과를 발휘한다. 발명특성화고들이 운영하는 직무발명 프로그램은 학생들을 양질의 일자리로 이끄는 핵심 키워드다.
직무발명은 원래 회사에서 일하는 직원이 업무 수행 과정에서 개발한 발명을 뜻한다. 특허청과 한국발명진흥회는 발명특성화고 교내로 이를 옮겨왔다. 기업이 현장에서 겪는 문제들을 과제 형태로 학생들에게 제출하면, 아이디어 권리화 및 작품 제작이 학교에서 이뤄진다. 기업은 해당 결과물(발명품)이 사업에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학생을 직원으로 채용한다. 지난해 93개사 프로그램에 1483명의 학생이 참여했다. 실제 취업으로 연계된 이들은 123명이다. 이와 별도로 111명은 병무청 등 관계부처 협의를 통해 산업기능요원으로 복무하고 있다.
오종환 삼일공고 발명특성화사업단장은 “기업은 비즈니스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인재를 얻을 수 있어 좋고, 학생은 단순 기능직을 넘어 실무형 인재로 성장할 수 있는 유용한 프로그램”이라고 소개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