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암호화폐(코인) 과세 문제를 놓고 정부 측과 국회의원 사이에 주목할 만한 의견 대립이 있었다.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이 ‘과세 인프라’ 미비를 이유로 내년부터 시행 예정인 ‘코인 과세’가 무리라고 문제를 제기했고,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이다. 과세 인프라 부실에 대한 유 의원 지적 중 특히 관심을 끄는 대목은 암호화폐거래소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다. 정부가 엄격한 심사를 거쳐 승인한 국내 4대 공인 거래소들이 내년부터 과세하는 데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은 것이다.
거래소들이 지적하는 문제점은 비슷비슷하다. 동일 거래소에서 사고판 암호화폐는 내역이 분명하지만 거래소 간 거래는 파악이 용이치 않다는 게 큰 문제다. 블록체인 특성상 해외에서 들여올 수도 있는데, 잘못되면 취득원가가 ‘0원’ 처리돼 세금폭탄을 맞는 투자자도 생길 수 있다. 소득세법과 특정금융거래정보법에 따르면, 20% 세율을 적용하는 소득금액이 양도가액에서 취득가와 거래수수료를 뺀 것이기 때문이다. 개인 간 거래 정보도 거래소가 나설 경우 개인정보 침해 소지가 생긴다.
각론으로 가면 문제점은 더 있다. 투자시점에 따라 투자자 간 유불리가 달라지는 점, 거래소가 세금을 원천징수해야 하는 국내 비거주자 확인, 거래소끼리 취득가 정보공유 시 개인정보 침해 논란 같은 것이다. 사실상 세금을 신설하면서 국세청과 개별 거래소 간 면담 한 번만으로 징세를 시작한다니 이런 막무가내 세제, 주먹구구 세정이 어디 또 있나.
자산과 소득에 과세를 해도 최소한의 전제가 있다. 암호화폐의 경우 공인된 자산(가치)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충분히 이뤄져야 하고, 매매·양도·증여·상속에서의 보편성도 고려해야 한다. 다시 말해 정부가 개인이 보유한 특정 자산의 재산적 가치나 소득에 대해 합법성을 부여해 국가차원의 보호를 확실히 해줄 때 그 대가로 떼어가는 게 세금인 것이다.
정부가 험한 말까지 해가며 막았지만, 코인 투자자는 700만 명에 달한다. 툭하면 잘도 만들어내는 그 흔한 ‘행정 지침(가이드라인)’도 없이 이렇게 많은 투자자를 상대로 과세를 강행하겠다는 용기와 배짱이 놀랍다. 이렇게 준비가 미흡한 수준이면 과세를 1년 정도 연기하고 제도를 촘촘히 짜는 게 정도(正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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