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핸드백 제조회사인 시몬느액세서리컬렉션(시몬느)이 유가증권시장 상장 후 순이익의 30~40%를 배당한다. 최근 공모주 수익률이 하락하고 청약 열기가 사그라들자 장기 투자자들을 끌어모으겠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박은관 시몬느 대표(사진)는 기업공개(IPO)를 앞둔 18일 온라인 기업설명회를 열고 “상장 후 배당성향을 다른 기업들의 두 배 수준으로 높이고 분기 배당을 하겠다”고 밝혔다. 시몬느처럼 순이익 500억~1000억원 규모인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배당성향은 14~23%다.
그는 “우리 회사 주식을 사면 최소한 신용등급 A+ 채권에 투자한 것만큼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도록 하겠다”며 “단기 시세차익을 기대하기보다 긴 호흡을 가지고 투자해달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코치, 마이클코어스, 토리버치 등 글로벌 브랜드 회사의 주문을 받아 제품 디자인, 소재 개발, 생산까지 담당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약 10%다. 2019년 매출 1조원을 돌파했으나 지난해 코로나19로 매출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3335억원, 영업이익은 434억원이었다. 1년 전보다 각각 9.1%, 67% 증가한 수치다.
박 대표는 “올 들어선 핼러윈,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물건이 없어서 여객기까지 공수할 정도로 주문이 많다”며 “2019년 명품백 시장 규모를 100이라고 한다면 지난해 65, 올해 80 수준으로 개선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년에는 보복 소비 증가로 시장이 100% 회복되고 2025년까지 10~15% 성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중국 소비력에 주목하고 있다. 박 대표는 “에르메스, 샤넬, 루이비통과 같은 프리미엄 명품은 한국, 일본 등에서 선호도가 높고 시몬느가 제조하는 대중 명품은 유럽, 미국, 중국에서 많이 팔린다”며 “특히 중국은 e커머스(전자상거래)와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부상으로 대중 명품 성장세가 훨씬 가파르다”고 했다.
시몬느는 19일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하고 25~26일 미래에셋,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에서 일반청약을 받는다. 희망공모가는 3만9200~4만7900원이며 공모가 상단 기준 시가총액은 1조6000억원이다.
박 대표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기업가치의 고평가 논란에 대해 “공모가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20배가 넘지만, 내년에 코로나 국면에서 회복되면 12~13배 수준으로 높은 밸류에이션은 아니다”며 “앞으로 새로운 라이징 스타 브랜드를 유치해 수익성을 높이겠다”고 답했다.
시몬느가 이번 상장으로 조달하는 금액은 최대 4009억원이다. 이 중 80%는 재무적 투자자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블랙스톤이 가져간다. 블랙스톤은 2015년 이 회사 지분 30%를 3000억원에 사들였다. 이 중 일부를 매각해 최대 3200억원을 확보한다. 지금까지 배당금으로 받은 금액을 합치면 총 4000억원을 챙긴다. 남아 있는 주식은 284만5000주로 공모가 상단 기준 1363억원이다.
회사 측이 확보하는 최대 800억원 가운데 330억원을 동남아시아 공장 증설에 투입한다. 공장 후보지로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등을 고려하고 있다. 내년 부지 선정을 마친 뒤 2023년 착공해 그해 3분기부터 가방을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상장일은 다음달 4일이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