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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에 살살, 소금에 살짝 눈과 코로 먹는 가을버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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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이거 못 먹어!” 옆 테이블의 젊은 커플이 아옹다옹 다툰다. 여자는 코를 막고 음식을 입에 넣기를 한사코 거부한다. 남자가 말한다. “어린애도 아니고…” 전골냄비 안에는 능이버섯이 닭고기와 함께 보글보글 끓고 있다. 나도 어린 시절 버섯 냄새가 싫었다. 지금은 향기로운 버섯 냄새 때문에 방에 틀어박혀 있기도 했다.
등외품을 찾아라
버섯은 누가 처음 먹기 시작했을까. 야생 버섯 대부분은 독버섯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과거엔 아무 버섯이나 먹고 탈이 난 사람도 많았을 것이다. 독버섯은 겉모습만으로는 구별하기 힘들다. 예쁘게 생겼다고 해서 모두 독버섯은 아니다.

버섯은 동물일까 식물일까. “당연히 식물 아니야”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많겠지만 사실은 동물도 식물도 아닌, 분해자다. 일종의 균으로 광합성을 하는 식물보다는 호흡하고 움직이는 동물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그래, 이 맛이야!’ 익숙한 감칠맛을 내는 화학조미료(MSG)의 재료는 표고, 느타리 등 버섯에서 추출한다. 흔히 말하는 ‘고기맛’이다.

가격도 고기를 손쉽게 능가한다. 보기 좋은 사이즈와 외모의 송이버섯은 1㎏에 30만~40만원을 호가한다. 능이나 싸리의 경우 모양과 색이 정갈하면 부르는 게 값이다. 약이 되는 버섯이라고 알려진 아가리쿠스, 영지 등은 구하기도 어렵다. 이런 버섯을 구하는 영리한 방법이 있다. 모양이 곧게 뻗지 않았거나 갓이 위로 피었거나 흠집이 있거나 부러진 등외품을 찾으면 된다. 버섯의 퀄리티는 모양이 아니라 신선도에 의해 결정되므로 등외품을 찾아 먹는 게 버섯을 먹는 똑똑한 방법이다.
어른이 버섯을 먹는 법
버섯은 물로 씻지 않는다. 버섯을 오랫동안 물에 담가 씻었다면 버섯을 버리고 그 물을 마시는 게 낫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작은 균사체들은 수분에 약해 물에 닿는 순간 상하기 쉽다. 다만 비닐에 포장한 채 오랜 기간 둔 경우 먹기 직전 포장지를 벗겨내고 흐르는 물에 가볍게 스치듯 씻으면 좋다.

송이, 표고, 양송이 등 갓이 있는 버섯은 대체로 생으로 먹을 때 가장 맛있다. 신선할 때 결대로 찢어서 소금이나 참기름 정도만 곁들여 살살 씹으면 그 향이 코를 통해 머릿속을 뚫고 들어온다.

향과 질감을 모두 즐기고 싶다면 버섯을 기름과 함께 굽는다. 기름기 많은 삼겹살이나 소고기 등심 또는 올리브오일만으로도 충분하다. 씹을수록 고기맛이 난다. 그래서 채식주의자들의 치트키가 구운 버섯이 아닐까 싶다.

물에 담아 끓이면 더 맛있는 능이나 싸리 등은 담백한 해산물 또는 닭고기와 궁합이 잘 맞는다. 보글보글 끓일수록 향이 더 진해져 요즘같이 쌀쌀해진 날씨에 딱이다.

늘 해먹는 버섯 요리가 지루하다면 표고 밑동을 떼고 갓 안쪽에 만두소를 채워 쪄먹는 표고만두, 새송이버섯을 가로로 동그랗게 잘라 다진 새우살을 샌드위치로 끼워 넣고 튀겨서 만드는 버섯 멘보샤 등을 추천한다. 쌀을 볶아 우유나 생크림과 함께 버섯을 넣고 폭 끓여 만든 버섯 리조토 등 다양한 레시피가 있다.

버섯 요리의 최고봉은 라면이다. 거의 모든 라면 스프에 버섯 추출물이나 버섯 플레이크가 들어 있으니 이미 모두 버섯라면이 아닌가! 여기에 먹다 남은 자투리 버섯을 몇 개 더 던져넣으면 감칠맛이 두세 배가 된다. 남은 버섯은 바구니에 펼쳐 햇볕에 하루 말렸다가 냉동 보관하면 일 년 내내 사용할 수 있다. 버섯을 말리면 영양가도 더 높아진다. 제철에 비싼 버섯을 사서 쟁여놓자. 이제 버섯을 즐길 줄 아는 어른이니까.

홍신애 < 요리연구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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