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골프는 마음껏 치라고 합니다. 골프용품 사는 것도 흔쾌히 허락하고 기왕 하는 거 기분 좋게 하라고 응원해 줬어요. 그런데 평일에만 골프 하겠다고 약속했던 남편이 주말 1박 2일 여행을 가겠다고 합니다."
아내 A 씨가 13일 1박 2일 골프 여행을 가겠다는 남편 B 씨에 대해 '보내줘야 하느냐'며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글이다.
A 씨는 "평상시에는 필드 나가는 날엔 방해될까 봐 전화도 안 하고 스크린 연습장 갈 때도 따라가서 폼 좋아졌다고 하고 싫은 티를 내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대신 약속한 한가지는 평일에만 골프를 하는 거였다"라면서 "아직 아이들이 어려서 주말에 아빠랑 놀고 싶어 하는데 갑자기 주말 1박 2일 골프여행을 가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제가 작년 친구들이랑 1박 2일 여행 간다고 했을 땐 '절대 안 된다'던 남편이 자기는 골프 여행을 보내 달라고 하고 안된다고 하니까 화를 내는데 이걸 쿨하게 허락해줘야 하느냐"고 물었다.
최근 골프가 대중화되면서 이를 둘러싼 가정 내 분란도 늘어가고 있다.
앞서 남편이 골프 동호회 친구들과 남녀 2:2 라운딩을 다녀온 여성 B 씨는 "이를 속이고 다녀온 남편이 도저히 이해가 안 돼서 이혼하겠다"는 글을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인철 법무법인리 대표변호사는 "낚시, 골프 등 취미생활로 인해 이혼이 성립되려면 취미활동에 빠져서 가정이 파탄되었다는 것이 인정되어야만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골프나 등산 등 운동을 같이하는 동호회, 와인 동호회 등 각종 동호회에서 건전한 취미활동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일부 남녀가 부적절한 만남을 이어가다가 이혼 위기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이 변호사는 "일반적인 부부의 경우 배우자의 취미생활과 사생활을 존중해야 한다"면서 "누구나 취미생활을 즐길 자유가 있고 취미생활을 하는 것은 개인 취향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러나 취미활동이 지나쳐서 혼인 생활이나 가정을 파탄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이혼 사유가 될 수 있다"면서 "실제 판례에서는 배우자가 낚시, 골프, 게임, 성인 동영상 시청 등의 취미활동에 지나치게 빠져 가정생활과 혼인 생활을 파탄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이혼 사유가 된다는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가끔 취미생활로 골프나 낚시를 한다면 오히려 건강에도 좋고 아무 문제가 없겠지만, 거의 매일, 매주 골프, 낚시하러 가고, 외박도 하고 해외로 원정까지 가서 개인의 취미생활을 즐기면서 가정을 등한시하고 파탄에 이르게 할 정도에는 이혼 사유가 될 수 있다는 취지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