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사이에서는 소비를 통해 자신의 신념과 가치를 드러내는 ‘미닝아웃(meaning-out)’이 유행으로 자리 잡았다. 투자자들도 기후변화 대응, 빈곤 해결 등 긍정적 영향을 주는 기업에 자금을 투자하는 추세다. 이런 변화가 시장의 미래 방향성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오늘날 기업들은 ESG 경영이라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
ESG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ety) 지배구조(governance)의 앞 글자를 딴 용어로 기업의 지속가능성 달성을 위한 비재무적 성과를 의미한다. 그중 세계적으로 E와 S를 둘러싼 논의가 활발하다. 먼저 E로 표방되는 환경 분야에서 각국 정부는 물론 각계각층이 탄소중립 노력을 실천하고 있다. 300개가 넘는 글로벌 기업은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내건 ‘RE100’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다. 한국 기업도 13곳 포함됐다.
밝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각국의 탄소중립 이행 방식이 다르고, 정책 수립 과정에서 이해관계자의 의견이 충분히 수렴되지 않아 단기간에 적응하기 어려운 상황도 발생한다. 대표적인 예는 올해 7월 공개된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메커니즘(CBAM)’ 법안이다. 이를 통해 EU는 철강, 알루미늄, 전기, 비료, 시멘트 수출 기업에 수년 내 온실가스 배출량 보고 및 배출량에 따른 비용 부과 계획을 제시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국가별로 다른 배출권 제도가 시행되고 있음에도 EU가 자국의 배출권 정책을 일괄적으로 적용하려는 데 우려를 나타낸다. EU를 필두로 한 이런 흐름은 불가피하며 세계적으로 더 가속화될 것이다. 그간 이를 지켜보던 미국에서도 2024년부터 철강, 알루미늄 등이 50% 이상 포함된 제품에 탄소국경조정부담금을 부과하는 법안이 의회에 발의돼 있다.
S로 대표되는 인권 분야에서도 기업의 책임과 의무가 더해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중국에서의 강제노동 문제를 들어 면화, 토마토 그리고 태양광 패널 등 다양한 품목의 수입을 규제하기 시작했다. 유럽 의회도 기업들에 공급망 내 인권 침해 여부를 파악할 ‘상당한 주의 의무’를 부과하는 입법 권고안을 발표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연내 이를 입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독일 등도 각각 인권 침해 방지를 위한 공급망 실사법을 도입하고 있어 향후 이런 추세는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의 ESG 책임과 의무가 확대되고 있는 만큼 정부의 지원 필요성도 한층 커지고 있다. 지난 9월 24일 외교부가 재외공관을 통한 한국 기업의 해외 진출을 더욱 체계적으로 지원하고자 ‘재외공관의 해외 진출기업 지원에 관한 규정’(외교부 훈령)을 발령한 이유다. ESG를 비롯한 글로벌 가치와 규범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한국 기업들이 정책적 규제에 빠르게 적응하고 시장이 요구하는 사업구조로 전환해갈 수 있도록 외교부가 지원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가 다음달 1~12일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다. 한국은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서 국제사회와 함께 탄소중립과 인권 보호에 건설적인 기여를 해나갈 것이다. 동시에 외교부 본부와 188개 재외공관은 밖으로 눈을 돌려 한국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각국의 제도와 정보를 적시에 제공하고, 외교적인 교섭을 통해 현지 여건에 최적화된 경제외교 지원을 다양하게 추진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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