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많은 고전과 지혜의 대부분은 분열과 전쟁의 시대에 만들어졌다. 대표적으로 제자백가가 활약한 춘추전국시대가 있다. 당시 학자들의 사유를 보면 권력의 본질과 민낯, 국가와 사회가 늘 고민해야 하는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통찰이 있다.
수리관개 시설 등 공공재의 건설, 인적 자원의 양성과 유치, 군대 양성과 축성, 수도 정비 등이 관중과 상앙, 한비자 등의 법가가 논의한 주제들이다. 그들은 권력 자원이 갖는 본질적인 문제 두 가지를 지적하며 자신들의 이론을 전개했다.
첫 번째가 ‘균형’의 문제이고 두 번째가 ‘이중성’의 문제다. 먼저 권력 자원 간 균형의 문제가 있다. 토지나 인구만 일방적으로, 또는 군대만 일방적으로 늘려갈 수 없다. 밸런스를 맞추면서 확보해 나가야 한다. 두 번째 이중성의 문제다. 권력 자원은 수익, 효용만이 아니라 비용을 강제하고 언제든 위험 요소도 될 수 있다.
한비자는 권력 자원의 이중성 중 특히 관료들의 이중성에 대해 집요할 정도로 사유를 전개했다. 한비자가 보기에 관료는 단순히 군주의 권력을 집행하는 수동적 대리인이 아니다. 이기심, 아부, 나태, 위선, 기회주의, 위세, 파벌, 파방, 외세와의 결탁, 권력욕 등 각종 부정적인 속성을 지녀 언제든 군주 권력의 위협이 될 수 있다. 외척-대신-제후-장군 등도 마찬가지다. 국가 권력의 주요한 기반이 되면서 동시에 도전 세력이 될 수 있다. 이렇게 권력 자원은 늘 이중성의 문제를 갖고 있는데 한비자가 이 이중성의 문제를 물고 늘어졌다면, 상앙은 균형의 문제에 집중했다. 그는 권력 자원과 국력의 근원적 요소들이 균형적 관계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쉽게 말하자면 인구와 토지의 넓이, 관료와 군대의 수, 이런 국력 자원 요소들 간에 균형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무작정 인구수만 늘려가서도 국토의 크기만 넓혀가서도 안 된다. 서로 간에 균형을 이룬 채 병렬적으로 확충해가야 강국을 건설할 수 있다고 주장한 상앙은 ‘승(勝)’의 문제와 ‘칭(稱)’의 문제를 이야기했다.
토지가 백성들의 수에 비해 지나치게 넓으면 땅이 인민을 승(勝), 이기는 것이요, 백성의 수가 토지에 비해 지나치게 많으면 인민이 땅을 승(勝), 이기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땅이 민을 승해서도 안 되고 민이 땅을 승해서도 안 된다. 군대의 수와 관료기구도 마찬가지다. 인구와 토지의 생산력을 이기면 안 된다. 권력 요소 간에 대칭이 이뤄져야 건강한 나라라고 했는데 상앙은 이렇게 승과 칭의 프레임으로 나라를 진단하고 국정 운영의 목표를 잡아야 한다고 주장한 사람이다. 그가 말한 승과 칭의 문제는 늘 국가의 위정자라면 살펴야 하는 문제가 아닐 수 없는데 한국 사회를 보자. 저출산이 큰 문제다. 단순히 아이들이 적게 태어나는 게 아니라 초고령화, 인구 구조가 기형적인 국가가 돼가고 있다. 젊은이와 노인, 부양자 그룹과 피부양자 그룹 간에 칭(稱)의 상태가 깨지고 노인이 젊은이들을 이기고 피부양자가 부양자를 승(勝)하는 사회가 돼가고 있다. 공공부문이 방만하다. 민간에 비해 공공부문이 너무 크고 민간부문이 짊어져야 하는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공공부문과 민간부문, 세금소득자와 시장소득자 사이에서 칭(稱)이 이뤄져야 하는데 균형이 너무 일그러진 것 아닐까? 한국 사회에 상앙이 온다면 이런 불균형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체제의 건강함, 지속가능성, 청년 자립 문제 등을 뼈아프게 이야기하지 않을까 싶다. 균형이 무너져 가면 청년들은 어떻게 자립하고 지속가능한 사회가 될 것인가?
대선 기간이다. 소중한 시간이다, 공동체의 미래를 이야기해보고 미래를 위한 아젠다가 만들어지는 시간이다. 불균형을 바로잡고 균형을 이루기 위한 아젠다가 던져지고 치열하게 토론했으면 한다. 여기저기 승(勝)한 모습을 칭(稱)의 모습으로 바로 잡기 위한 아젠다가 제시돼야 할 것인데 공공개혁, 연금개혁, 노동개혁 문제가 중심적으로 다뤄지고 공공부문의 부패와 방만을 조장하고 심화시키는 지방자치제도에 대한 재검토와 아울러 폐지까지도 이야기가 나와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균형과 밸런스를 가진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승과 칭의 프레임, 상앙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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