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태수 GS그룹 회장은 지난해 취임 후 임직원에게 ‘디지털 역량 강화’와 ‘친환경 경영’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허 회장은 “정보기술(IT)과 데이터를 결합해 사업 구조를 고도화하는 디지털 전환에 힘써 달라”고 당부했다. 또 “핵심 기술에 디지털 역량을 접목하고, 핵심 사업과 연관된 신사업을 진행하라”고 강조했다. 허 회장의 주문에 따라 GS는 바이오와 수소 등 신사업을 발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바이오 스타트업과 연계
GS는 친환경 바이오테크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더 지에스 챌린지’를 통해 선정된 스타트업들과 탄소중립 관련 신사업을 발굴하고 있다. 올초 열린 더 지에스 챌린지는 ‘바이오 기술로 만드는 새로운 생활, 깨끗한 환경, 건강한 미래’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새로운 방식의 친환경 소재 생산 및 활용 △폐기물, 오염물질 저감 및 재활용 △건강관리 제품 및 솔루션 관련 비즈니스 모델 발굴 등에 초점을 맞췄다. 지난 4월 최종 선발된 스타트업은 모두 6개다. 새로운 생활 분야에서 3개사, 깨끗한 환경 분야에서 1개사, 건강한 미래 분야에서 2개사가 선정됐다.마이셀은 버섯 균사체를 활용한 대체육 및 단백질 제조를 제안했다. 육류 소비량의 급격한 증가로 동물 권리 등 윤리적 이슈가 부각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 사업 모델이다. 대체육을 활용하면 탄소 배출과 물 사용을 줄일 수 있다. 소나무 재선충병 방제를 위한 항공 방제용 친환경 방제제를 내놓은 잰153바이오텍, 미세 플라스틱을 대체하는 천연소재 ‘친환경 석세포’를 내세운 루츠랩 등도 호평받았다.
GS 계열사들은 이번에 선발된 6개 스타트업과 함께 비즈니스 모델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더 지에스 챌린지 프로그램은 GS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는 증거”라며 “스타트업과 함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는 ‘오픈 이노베이션’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GS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스타트업 및 벤처캐피털 등과 협업하며 미래 신사업 발굴에 적극 나서고 있다. GS는 지난해 8월 미국 실리콘밸리에 벤처투자 법인 GS퓨처스를 설립했다. GS퓨처스는 지주사인 ㈜GS를 포함해 GS에너지, GS칼텍스, GS리테일, GS건설 등 10개 회사가 출자해 운용하는 회사다. GS그룹 계열사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디지털 분야 및 친환경 신에너지 관련 스타트업이나 벤처캐피털을 발굴하는 것이 목표다.
주유소를 수소 거점으로 활용
GS는 일찌감치 수소를 미래 먹거리로 정했다. 에너지 패러다임 변화에 선제 대응해야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GS칼텍스는 지난해 5월 현대자동차와 함께 서울 강동구에 충전소를 세웠다. 수소뿐 아니라 휘발유, 경유, 액화석유가스(LPG), 전기도 충전하거나 주유할 수 있는 시설이다. 기존 주유소를 차근차근 복합 에너지스테이션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게 회사가 내놓은 청사진이었다.올초 열린 세계 최대 IT·전자전시회 ‘CES 2021’에서는 복합 에너지 스테이션에 대한 더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처음 CES에 참가한 GS칼텍스는 주유소 부지를 물류 허브로 삼아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이디어를 발표했다. 주유소를 거점으로 드론이 상품을 배송하고 전기차와 수소차 충전, 카셰어링, 마이크로 모빌리티 등의 서비스도 한곳에서 이뤄질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올 들어선 액화수소 사업에 뛰어들었다. GS칼텍스는 지난 5월 한국가스공사와 액화수소 생산 및 공급 사업에서 협력하는 내용의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액화수소 플랜트와 충전소, 수소 추출 설비 등을 함께 구축하고 탄소중립의 핵심 기술로 꼽히는 탄소 포집·활용 기술 상용화에도 힘을 모으기로 했다. 두 회사는 또 가스공사의 LNG(액화천연가스) 기지 유휴부지에 2024년 완공을 목표로 연산 1만t 규모의 액화수소 플랜트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LNG 기지의 기화 공정에서 발생하는 냉열 에너지를 액화 작업에 활용하는 친환경 공법으로 친환경적으로 수소를 생산할 계획이다. 1만t은 수소 승용차 기준으로 약 8만 대가 쓸 수 있는 양이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