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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자는 독감 백신 꼭 맞아야…코로나 백신과 같은 날 접종해도 OK [이선아 기자의 생생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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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의 계절이 돌아왔다. 작년에는 코로나19 유행에 따른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독감 환자가 크게 줄었다. 올해 상황은 작년과 사뭇 다르다. ‘위드(with) 코로나’ 시작 시점(11월 9일 무렵)이 독감시즌과 맞물려서다. 여러 사람이 식당과 카페에 모여 마스크를 벗은 채 대화하다 보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퍼지기 마련이다.

전문가들은 고령층, 임신부 등 독감에 취약한 고위험군은 백신을 반드시 접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면역력이 약한 이들 고위험군은 자칫 독감 합병증 등으로 인해 사망에 이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선 ‘코로나19 백신 접종 시점과 비슷할 때 접종하면 부작용이 생기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지만, 전문가들은 “안심하게 맞아도 된다”고 강조한다. 독감은 일반 감기와 어떻게 다른지, 어떤 사람들이 독감 백신을 꼭 맞아야 하는지, 코로나19 백신과 독감 백신을 동시에 맞아도 하는지 등 궁금증을 풀어봤다.

면역력 약하면 폐렴 등 합병증 위험
독감은 일반 감기와 다르다. 38도 이상의 고열, 콧물, 마른 기침, 인후통뿐 아니라 근육통, 두통, 복통을 동반한다. 그야말로 ‘독한 감기’다. 독감에 걸리면 통상 2~3일 잠복기를 거쳐 1주일 정도 앓는다. 건강한 성인도 2~3일은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로 기력이 빠진다.

면역력이 떨어지는 고령층과 임신부는 말할 것도 없다. 1주일 정도면 증상이 호전되는 건강한 성인과 달리 고령층은 독감으로 사망할 수도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국내 독감 치명률은 0.04~0.08% 수준이다. 1만 명당 사망자가 4~8명이란 얘기다. 사망자는 대부분 고령층이다.

임신부도 독감에 걸리면 폐렴 등 합병증 발병률이 일반 성인보다 높다. 유산·조산·저체중아 출산 가능성도 높아진다. 전문가들이 임신부에게 독감 백신 접종을 적극 권고하는 이유다.

독감 백신의 예방률은 40~60%다. 높지는 않지만 위중증 상태로 가는 걸 막는 효과가 있다. 임신부가 독감 백신을 맞으면 태반을 통해 태아에게도 항체가 전달될 수 있다. 산모가 독감 백신을 접종한 뒤 출산하면 출생 후 6개월까지 아기의 독감 감염을 50~70%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어린아이도 독감에 주의해야 한다. 영·유아가 독감에 걸리면 구토, 설사, 복통 등 위장관 증상도 함께 나타난다. 때로는 고열로 인해 경련이 발생하기도 한다. 식사를 제대로 못 하고, 잠을 잘 자지 못하고, 자주 보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독감 환자 133만 명 중 45만 명은 0~9세였다. 독감 환자 3명 중 1명이 영·유아인 셈이다.

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독감은 쉽게 전염되기 때문에 온 가족이 함께 접종해야 감염 위험이 낮아진다”고 말했다.
독감·코로나 백신 서로 다른 팔에 맞아야
올해 독감 예방 접종 시기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시점과 겹친다. 방역당국은 두 백신 간에 별다른 접종 간격 제한을 두지 않았다.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날에 독감 백신을 접종해도 된다는 얘기다. 김기남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접종기획반장은 “코로나19 백신 접종 초기엔 다른 백신과의 인과성에 대한 과학적인 근거가 없었던 탓에 14일간 접종 간격을 뒀다”며 “지금은 동시 접종으로 인해 이상반응이 생기거나 상호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파악돼 접종 간격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고 말했다.

독감 백신과 코로나19 백신이 서로 영향을 주지 않는 건 두 백신 모두 ‘생(生)백신’이 아니란 데서 비롯된다. 생백신은 살아있는 세균을 몸 안에 집어넣어 면역 형성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두 종류 이상의 생백신을 동시에 맞으면 서로 다른 세균이 복합작용을 일으켜 이상반응 위험이 커진다. 여러 종류의 생백신을 맞을 때 4주 이상 접종 간격을 둬야 하는 이유다.

독감 백신은 ‘사(死)백신’이다. 코로나19 백신은 생백신도, 사백신도 아닌 아데노바이러스 벡터(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 또는 메신저 리보핵산(mRNA·화이자와 모더나) 방식이다.

두 백신을 동시에 접종해도 이상반응에 큰 차이가 없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영국 브리스톨대학병원의 라제카 라자루스 박사 연구팀은 최근 아스트라제네카·화이자 백신 2차 접종 시 독감 백신을 함께 접종한 집단을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코로나19 백신만 맞았던 집단과 이상반응에 있어서 큰 차이가 없었다. 이 연구는 국제 학술지 ‘랜싯’에 보고됐다.

다만 같은 날 코로나19 백신과 독감 백신을 접종할 경우 서로 다른 팔에 맞는 게 좋다. 접종 후 나타나는 통증 등 국소 반응을 구분하기 위해서다. 김 반장은 “본인의 건강 상태와 이상반응이 걱정된다면 며칠 간격을 두고 접종해도 된다”며 “동시 접종 후 이상반응이 나타났을 경우엔 피해조사반을 통해 각각의 인과성을 심사해 판단한다”고 했다.
고령층은 사전예약 필수
고령층 독감 무료 예방 접종은 △만 75세 이상은 이달 12일부터 △만 70~74세는 18일부터 △만 65~69세는 21일부터 순차적으로 시작된다. 독감이 겨울철에 유행하고 백신 효능이 접종 후 3개월 동안 가장 좋다는 점을 고려하면 10~11월이 적기다. 개인 사정으로 인해 맞기 어렵다면 내년 2월 28일까지 늦출 수 있다.

고령층은 반드시 사전예약을 해야 한다. 임신부는 지난달 14일부터 접종하고 있다. 내년 4월 30일까지 무료로 독감 백신을 맞을 수 있다.

생후 6개월~만 13세도 무료 접종 대상이다. 생애 첫 독감 백신을 맞는 만 8세 이하 영·유아는 4주 간격으로 백신을 두 번 맞아야 한다. 만 9세 이상은 한 번만 맞으면 된다. 무료 예방 접종 대상자가 아니라도 의료기관을 방문해 백신을 맞을 수 있다. 접종 비용은 백신 종류 등에 따라 1만원 안팎에서 4만원까지 다양하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독감 백신을 접종하면 코로나19와 혼동되는 증상을 줄일 수 있고, 중증으로 진행되는 것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백신만큼 개인 위생수칙도 중요하다. 독감은 기침, 재채기 등으로 전염되는 감염성 질환이다. 외출한 뒤 손 씻기, 마스크 쓰기 등 방역수칙 준수만으로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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