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국채금리 2% 넘어갈 수도”
7일 한국투자증권이 한국은행 가계부채 자료를 바탕으로 추산한 결과 내년 가계 이자비용은 66조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가계 이자비용 추정치(56조~59조원)와 비교해 7조~10조원 불어난 금액이다. 한은이 관련 집계를 작성한 후 최고치인 2018년(60조4000억원) 금액도 웃돈다.
2018년엔 가계신용 규모가 1500조원 수준이었지만 한은 기준금리가 지금보다 높은 연 1.5~1.75%여서 이자부담이 컸었다.
내년 이자비용은 올 10~11월에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고, 내년에도 0.5%포인트 추가 인상한다는 추정(올해 기준금리 연 1.0%, 내년 기준금리 연 1.5%)을 바탕으로 산출한 금액이다. 올해와 내년 가계대출 증가율은 정부 목표치(올해 6%, 내년 4%)를 웃도는 9%, 5%로 추산했다.
시장에선 내년 가계 이자부담이 한투증권 추정치를 웃돌 것이라는 관측이 오히려 더 많다. 금리 오름세가 심상찮기 때문이다. 전날 대표 시장금리로 통하는 3년물 국채금리는 0.069%포인트 오른 연 1.719%에 마감했다. 2019년 5월 13일(연 1.721%) 이후 2년5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올해 최저치인 1월 5일(연 0.936%)보다 0.8%포인트 가까이 뛴 것이다. 이날은 3년물 국채금리가 0.015%포인트 내린 연 1.704%에 마감했다.
한은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는 등 ‘돈줄’을 죌 것이라는 예상에 시장금리 뜀박질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10월과 11월에 연이어 한은이 금리인상을 할 수 있다”며 “금리인상 속도가 빨라지면 3년물 국채금리가 내년에 연 2.0%까지 뛸 것”이라고 내다봤다.
‘빚으로 지은 집’ 붕괴하나
불어난 가계부채·이자비용이 한국 경제를 침체기로 몰아넣을 것이라는 경고음도 커지고 있다. 프린스턴대 경제학과 아티프 미안 교수 등은 2014년 발간한 명저 《빚으로 지은 집》에서 “역사를 돌이켜 보면 대부분의 심각한 불황에는 가계 부채가 급격하게 쌓이고 자산 가격이 급락하는 현상이 선행했다”며 “대공황과 대침체도 이런 역사적 각본을 충실하게 따랐다”고 평가했다. 이 책은 지난 6일 취임한 박기영 한은 금융통화위원이 번역한 데다 한국 상황과 맞아떨어지면서 더 주목받고 있다. 박 금통위원도 이 책에 수록된 ‘옮긴이의 말’에서 “부채가 우리 생각보다 훨씬 위험하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계 부채가 자산가격 조정과 맞물려 가계 씀씀이를 옥죄면서 장기 불황으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가계부채 우려가 커지는 동시에 나라 밖 실물경제가 침체의 터널에 재진입하는 조짐도 보인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백신 접종 속도가 더뎌지는 등의 이유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이 당초 전망치(6%)를 밑돌 것으로 전망했다. 최악의 전력난을 겪는 중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도 줄줄이 하향조정되고 있다. 골드만삭스가 8.2%에서 7.8%, 노무라증권은 8.2%에서 7.7%로 각각 내렸다.
침체의 그림자는 한국에서도 포착된다. 8월 전산업과 서비스업 생산이 전달과 비교해 각각 0.2%, 0.6% 하락하는 등 주요 경기지표가 흔들리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날 발표한 ‘10월 경제동향’에서 “우리 경제는 대면서비스업 부진으로 회복세가 둔화한 데다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도 확대되면서 하방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