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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문
“지금까지 신사가 아니었더라도 이 엄격한 게임을 시작하면 신사가 된다.”(빙 크로스비)

“이제 연습 시작해.” 상사의 ‘통보’로 첫 라운딩 일자가 잡혔다. 골프를 시작하고픈 마음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언제 시간을 쪼개 레슨을 받아야 할지, 클럽과 복장 등을 갖추는 데 비용이 얼마나 들지 걱정돼 차일피일 미뤄오던 차였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는 골프를 부자 스포츠, AZ(아재) 스포츠로 여겨왔다. 소중한 주말을 줄여가며 골프를 쳐야 할 이유를 도무지 찾지 못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모든 게 달라졌다. 여행과 실내스포츠를 즐기기 힘들어진 MZ세대가 골프장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MZ세대의 전반적인 구매력이 올라가고 가격 부담이 없는 스크린골프가 활성화한 것도 맞아떨어졌다.
#좌절과 노력
“골프는 아침에 자신(自信)을 얻었다고 여겼다가 저녁에는 자신을 잃는 게임이다.”(해리 바든)

용기를 내 실내연습장에 등록했지만 옆 타석의 호쾌한 스윙 소리에 기가 죽는다. 연습장 모니터가 꼴사나운 스윙을 대문짝만하게 보여준다. 첫 라운딩의 결과는 ‘그말싫(그건 말씀드리기 싫습니다)’. ‘그깟 공놀이일 뿐’이라고 속으로 되뇌어 보지만 승부욕이 불타오른다.

중년 골퍼들이 실외골프연습장에서의 피땀과 선배 골퍼들과의 무자비한 내기로 실력을 키웠다면, MZ세대 골퍼들은 골프 시뮬레이터가 갖춰진 실내연습장과 스크린골프장을 선호한다. 발달한 센서 기술은 정보기술(IT) 기기에 익숙한 MZ세대 골퍼들이 무서운 속도로 구력(球歷)을 쌓는 데 공헌하고 있다. ‘MZ 골린이’의 선생님은 도처에 있다. 유명 레슨프로들이 레슨 유튜버로 활동하고 있어서다. 모바일 앱을 활용하면 스코어카드를 모아 두거나, 스윙을 분석할 수도 있다.
#환희
“골프칠 기회가 있는 사실만으로 행복해지고, 아침 해를 기다리는 게 지루해질 정도다.”(벤 호건)

MZ세대 골퍼도 굴러다니던 골프공이 하늘로 솟구치기 시작하고, 골프장 풍경이 조금씩 눈에 들어오는 단계에 접어든다. 틈틈이 ‘스크린 라운딩’을 한 결과가 드디어 필드에서도 나타나기 시작한 것. 파3 골프장을 찾고, 친구들과 1박2일 골프여행을 계획하기도 한다.

MZ세대에게 골프는 스포츠를 넘어 자신을 드러내는 방식이다. 골프를 배우는 과정을 인스타그램의 해시태그 ‘#골린이’(게시물 수 60만1500개)를 통해 과시하고, 골프장에 가서 입고, 먹고, 찍는 것 모두(#골프스타그램·게시물 수 179만4000개)를 재미로 여긴다. 가끔 골프를 치러 골프장에 가는지, 골프를 치는 나를 즐기러 가는지 헷갈릴 때도 있다. 골프의 최고 매력은 무엇보다 골프장에 갈 내일이 기다려진다는 것. MZ세대가 골프에 흠뻑 젖어들고 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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