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균 사균체는 유산균의 대사 산물로 죽은 균이다. 과거 죽은 균은 건강에 도움이 안 된다고 여겨졌지만 연구를 통해 사균체도 면역력 증진, 염증 감소 등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한국베름은 유산균 사균체를 배양해 건강식품 등을 만드는 ‘포스트바이오틱스’ 제품 제조사다. 2016년부터 강원 원주시에 연구소와 공장을 설립한 뒤 고농도 포스트바이오틱스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상당수 유산균 제조업체가 생균을 사용하기 때문에 유통기한이 1~2주로 짧은데, 사균체를 이용하는 한국베름 제품은 오랜 기간 효과를 유지하면서 다양한 식품군에 적용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한권일 한국베름 대표(사진)는 “요구르트 750병 용량인 7조5000억 마리의 유산균을 단 1그램(g)으로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해 정부로부터 ‘고도기술 수반사업’ 업체로 인정받았다”며 “이 덕분에 공장을 지으면서 세금 감면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가 생산하는 포스트바이오틱스 원료는 동원F&B 서울우유 등 식품회사와 유유제약 보령제약 등 제약회사 100여 곳에 공급되고 있다. 일부 제약사는 체내에서 감염될 위험이 없는 사균체의 특성을 이용해 원료를 받아 중증환자의 영양식을 만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베름은 직접 원료를 가공해 건강기능식품도 생산한다. 최근 내놓은 필름 형태의 포스트바이오틱스 제품(상품명 유산균프로핏1조)은 필름 모양의 제품 한 장을 먹으면 1조 마리의 유산균(사균체)을 섭취할 수 있다. 한 대표는 “사람의 장내 세균 수가 100조 마리 이상임을 감안하면 1조 마리 이상 섭취해야 장내 환경에 유익한 영향을 줄 확률이 높다”며 “앞으로 식탁에 올라가는 모든 제품에 포스트바이오틱스를 넣은 건강식품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포스트바이오틱스 제품 수요가 늘면서 회사도 성장세다. 한 대표는 올해 40억원, 내년 약 100억원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사균체의 안전성이 이미 많은 연구를 통해 입증됐기 때문에 이를 이용한 면역 및 항암 보조 치료제도 개발하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최근 기관투자가의 신규 투자를 받고 있다. 바이오 전문 벤처캐피털(VC)인 윈베스트벤처투자가 최근 기존 주주 지분 36%가량에 대해 구주 인수를 진행했다. 한 대표는 2010년 국내 시장에 진출한 한국베름에 합류, 2019년 대표에 취임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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