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잡앤조이=최선아 스카이랩스 PD] 신나는 일이 없을 것 같은 요즘, 소소한 발걸음이 작은 행복으로 다가온다. 매일 아침 출근길에서 마주하는 이름 모를 꽃이 있다. 별안간 피어난 그 꽃은 비가 세차게 내린 다음날에도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며 내게 눈인사를 건넨다. 늘 같은 자리에 피었다 지고를 반복하는 그 꽃에게서 나는 왠지 모를 용기를 얻는다.
코로나19는 아주 다양하고 교묘하게 우리들의 삶을 어지럽히고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오늘을 살고 있다. 나의 길었던 해외생활은 그 덕에 마침표를 찍게 되었고, 한국에서의 첫 사회생활이 시작됐다. 학생에서 직장인이 되어가는 과정은 꽤나 깜깜하고 쓸쓸한 여정이었다. 미래에 대한 확신과 불확신 사이에서 나는 발걸음을 이리저리 옮겨가며 걷고 또 걸었다. 그렇게 내 발걸음이 멈춘 곳은 헬스케어 스타트업이었다.
해외생활을 하다 보면 내가 무능력해지는 순간이 오기도 한다. 몇 년 전 아버지께서 심장혈관문제로 쓰러지셨을 때가 기억난다. 아버지를 위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던 나 자신이 그렇게 싫을 수 없었다.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그 당시의 불안감을 나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느낄 것이라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들을 위해 나는 이 기업에 몸담기로 했다. 병원 밖 헬스케어를 실현시켜줄 스타트업이라는 점이 끌렸기 때문이다. 심장 모니터링을 하는 반지 하나가 환자와 보호자 모두에게 위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세상에서 가장 작지만 가장 확실한 안식처가 되진 않을까? 고단하던 그들의 삶에 쉼을 내어주는 작은 반지 하나가 작은 행복으로 다가가길 바라는 마음이 생겨났다.
스타트업에 종사한다는 것은 생각 그 이상으로 넘어야 할 문턱의 연속이다. 이전에 없던 기업이 시장으로 잘 걸어 나갈 수 있도록 매끄러운 길을 만드는 과정에 손은 늘 부족하다. 오늘이 다르고 내일이 다른 업무를 하게 될 때도 있다. 어제의 나는 정보를 수집해 뉴스레터를 쓰는 에디터였다면, 오늘의 나는 디자이너가 되어 편집툴을 붙들고 내 안의 예술성을 꺼낸다. 또 내일의 나는 단어를 가지고 놀 줄 아는 작가가 되기도, 혹은 소셜미디어 관리자가 되기도 한다. 아직 미숙한 사회 초년생이 스스로의 역량을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이만큼 좋은 환경이 있을까. 스타트업에서는 다양한 업무를 경험하며 나는 무엇을 잘하며, 무엇을 못하는지 혹은 무엇을 좋아하며, 무엇을 싫어하는지 명확해지는 순간이 온다. 지금 이 순간에도 멈추지 않는 기업의 시도에 나는 힘을 보태 같이 노를 젓는다. 내가 스타트업에서 일하며 느낀 마케터라는 직업은 모든 색을 흡수한 검은색에서 그 기업과 가장 잘 어울리는 색을 찾아내 그 색을 두드러지게 할 줄 아는 역량을 필요로 한다. 때와 장소에 맞춰 각기 다른 색을 찾아내는 융통성 또한 요구된다. 이러한 스타트업의 패턴은 누군가 이미 정해 놓은 색을 찾는 것이 아니기에 내겐 기분 좋은 책임감을 준다.
내가 속한 조직에 애틋함을 갖고 일한다는 것, 그런 일자리를 찾았다는 건 꽤나 큰 행운이다.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출근길 꽃은 어느새 다시 피어났고, 그 꽃의 존재는 나의 존재 또한 북돋아준다. 나는 나를 믿고, 나의 선택을 믿고, 오늘도 나의 길을 걷는다. 스타트업에 몸 담으며 나 자신을 알아가는 고되지만 가치 있는 여정을 함께할 수 있음에 감사함을 느낀다.
최선아씨는 노팅엄트렌드대학교 패션마케팅&브랜딩 전공으로 졸업 후 올 초 헬스케어 스타트업 스카이랩스에 입사, 콘텐츠 마케터로 일하고 있다. 23개국 여행경험과 미국, 싱가포르에서의 유학 경험을 통해 다져진 도전정신을 스타트업에 쏟아부으며 성장 중인 사회 초년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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