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직원이 숨진 사건과 관련해 국회에서 집중 추궁을 당했다. 한 대표는 "굉장히 큰 충격을 받았다. 바꿔야 할 부분들은 다 바꾸겠다"고 약속하며 피해자와 네이버 임직원들에게 거듭 고개를 숙였다.
환노위, 네이버 경영진 강하게 질타
6일 국회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 환경노동위원회는 한 대표를 소환해 네이버에서 발생한 직장 내 괴롭힘 문제와 이를 묵인한 경영진의 행태에 대해 강하게 질타했다.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피해직원은 사내채널 신고, 경영진 면담, 창업자 건의 등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해서 문제제기를 했다"며 "하지만 개선은 커녕 가해자를 임원으로 승진시켰다. 직원은 극단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외부기관에 조사를 맡겼지만 징계 여부는 회사가 독단으로 결정했다"며 "노조와 공동으로 징계위를 꾸리는 등의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 대표는 "여러 사항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고 고용부 특별감독 이후 여러 권고안에 따라 네이버도 계획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답했다.
'자회사인 해피빈 괴롭힘 신고도 접수됐는데 근무환경을 어떻게 바꿀 것이냐'는 질의에는 "법인이 달라서 제가 바로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네이버도 다 바뀌고 자회사도 그에 준하는 변화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우선 네이버 전체를 바꾸는 데 가장 집중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임이자 "유족들 마음의 상처 어떻게 닦아줄 건가"
직원이 숨질 당시 회사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있었던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하지 않은 데 대한 질타도 이어졌다. 노웅래 민주당 의원은 "최 COO를 징계하지 않고 계열사인 네이버파이낸셜로 옮겨줬다"며 네이버의 사후 대처가 미진했다고 지적했다.한 대표가 "최 COO는 네이버에서의 모든 직책에서 본인이 사임했다"고 말하자 노 의원은 "해고를 했어야 했다. 책임있는 조치를 했어야 했는데 아무 조치도 하지 않았다"고 질책했다.
직장 내 괴롭힘 행위의 당사자가 복직한 데 대한 문제제기도 있었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가해자가 사표를 내고 나갔는데 네이버가 다시 데려왔다"며 "눈물은 손수건으로라도 닦을 수 있지만 유족들 마음의 상처는 어떻게 닦아주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 의원이 유가족에 진심으로 다시 사과하라고 요구하자 한 대표는 "이번 사건 발생에 대해 유가족과 직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여기 계신 의원들에게도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서도 사과한다"고 했다.
임 의원은 해피빈을 비롯 네이버의 전 계열사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안병덕 노동부 장관은 "이미 네이버 특별근로감독을 진행했고 지금 해피빈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라며 "문제가 확인되면 엄정 조치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성숙 "책임져야 할 부분 책임질 것"
네이버 경영진이 직장 내 괴롭힘을 방조한 의혹도 도마 위에 올랐다. 노 의원실이 고용부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 처벌법'이 시행된 2019년 7월 이후 네이버에 신고가 총 18건 접수됐지만 단 6건만 실제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징계를 한 것은 단 1건에 불과했다. 또 지난 3년간 전·현직 직원들에게 추가 근로 수당 86억7000만원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노 의원은 "유일하게 징계한 사안의 경우도 상사가 공개석상에서 부하직원의 뺨을 때린 것"이라며 "가해자는 정직 8개월을 받고 복귀했으나 오히려 피해자는 퇴직을 한 것으로 드러나 적절한 징계라고 보기 어렵다"고 몰아세웠다.
그러면서 "이 사안을 담당한 외부조사기관은 회사 측에 가해자에 대한 면직 권고를 했으나 회사는 이를 무시하고 복직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가해자를 오히려 옹호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한 대표는 네이버 내부 문화와 제도에 있어 큰 문제점이 발견된 만큼 자체적인 변화를 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건 이후) 네이버 내부에 미흡한 부분들이 있다는 것을 다시금 알게 됐다"며 "고인의 사망과 관련해 매우 충격을 받았고 바꿔야 할 부분은 다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유가족분들은 물론 내부 직원, 동료들의 실망감도 큰 것으로 알고 있다"며 "책임져야 할 부분 있다면 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우리 내부 제도도 바꿔야 할 것이 있으면 적극 바꾸겠다"고 약속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