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과천에 '줍줍' 물량이 풀린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예비 청약자들이 반지하 월셋집을 찾는 경우가 많아요. 아파트나 빌라 전월세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드니까 차라리 저렴한 반지하에 들어가는 거죠. 이런 집을 구해 살지는 않으면서 전입신고만 해놓고 거주요건을 채워요. 반지하 월세 물건도 얼마 남지 않았어요."(경기 과천시 A 공인 중개 대표)
경기도 과천 일대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고 있다. 내년 상반기까지 과천 지식정보타운(지정타)에서 200가구에 달하는 '줍줍'(무순위 청약) 물량이 대거 쏟아질 예정이어서다. 이 단지들은 주변 시세를 고려하면 시세 차익만 15억원에 달한다.
예비 청약자들은 아파트나 빌라 전세 등 자금 부담이 큰 방법 대신 반지하 월세 등을 마련해 거주 요건을 채울 계획을 세우고 있다. 부정청약으로 나오는 물량을 위장전입자들이 주워갈 준비를 하는 셈이다. 과천 부동산 시장을 두고 '과열'이라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나오는 이유다.
"가끔 와서 전화 쓰고, 카드 긁고…보일러만 잠깐 틀고 떠나"
7일 경기도 과천 일선 부동산 중개업소에 따르면 과천 지정타 줍줍 물량을 잡기 위한 수요가 밀려들고 있다. '줍줍' 물량을 잡으려면 어떤 방법이 있느냐고 묻자 과천의 한 공인 중개 관계자는 가능한 방안을 줄줄이 얘기해주기도 했다.과천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크게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 먼저 가장 일반적으로 아파트나 빌라 등에 전월세 계약을 맺는 방법, 두 번째로는 반지하 월셋집에 들어가는 방법, 세 번째로는 주거할 수는 없지만 창고 등에 전입신고를 하면 된다"고 말했다.
중개업소에서는 방안들의 장단점까지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인 아파트나 빌라에 전세 계약을 맺고 들어가는 것은 비용적인 측면에서 가장 부담이 크기 때문에 비거주 전입신고가 목적이라면 추천하지 않는다"며 "창고에 전입신고하는 방법도 거주가 안 돼 추천하지 않는다. 가장 나은 것은 반지하 월셋집에 들어가는 방법"이라고 귀띔했다.
다른 공인 중개업소에서는 전월세 계약 이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도 했다. 과천 B 공인 중개 관계자는 "이 지역 반지하 월세 시세는 보증금 500만원에 30만~40만원인데 이런 물건은 거의 남아있지 않다. 1000만원에 55만~60만원은 고려해야 한다"며 "계약 이후에는 일부 짐을 방에다 가져다 놓고 가끔 와서 보일러를 틀고 가는 예비 청약자들이 있다. 와서 카드랑 전화를 좀 쓰시면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과천 지정타 얘기 나온 이후부터 벌써 많은 예비 청약자들이 이런 식으로 세를 얻었다"며 "반지하 물건도 거의 동났다"고 덧붙였다.
청약 조건 채우러 몰려들어…내년 상반기까지 약 200가구 '줍줍'
이들이 반지하 월셋집에까지 전입신고를 하는 이유는 거주요건을 채우기 위해서다. 이번 무순위 물량은 최근 개정된 무순위 청약 규정에 따라 과천시에 거주하는 무주택자에게만 기회가 돌아간다. 무주택 기간이 짧거나 부양 가족이 적은 사람도 당첨을 기대할 수 있어 경쟁이 치열하다.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내년 상반기까지 약 200가구에 달하는 '줍줍' 물량이 나올 전망이다. 이달 중 지정타 내 첫 번째 분양 단지였던 '과천제이드자이'에서 무순위 청약 물량이 나온다. 지난 3~5월 경기도 공정특별사법경찰단이 지식정보타운 분양 당첨자들을 상대로 펼친 수사에서 부정 청약 의심 사례로 적발된 40가구에 대한 재청약분으로 알려졌다.
같은 이유로 내년 상반기까지 △과천 푸르지오 벨라르테(36가구) △과천푸르지오 라비엔오(36가구) △과천 르센토 데시앙(28가구) △과천 푸르지오 오르투스(36가구) 등 최대 176가구에서 무순위 청약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 밖에 과천 내 재건축 단지는 과천 자이와 과천위버필드에서 각각 10여가구씩 총 20여가구가 연내 무순위 청약으로 나온다.
시세 차익은 12억~15억원가량으로 예상된다. 지정타 내 무순위 청약은 전용 59㎡가 5억원대, 전용 84㎡가 8억원대다. 과거 분양가와 비슷한 수준이다. 과천시 중앙동에 있는 과천 푸르지오 써밋 전용 59㎡는 지난 7월 17억2000만원에, 전용 84㎡는 지난 8월 22억원에 매매 계약이 체결됐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