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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비리 백화점' 과학기술 출연硏…횡령·외유성 출장·성희롱 빈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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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연구소들이 연구비 횡령과 외유성 출장, 성폭력 등의 비위 사건이 잦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폭언과 갑질 등 직장 내 괴롭힘은 물론 폭행 등 강력 범죄도 적발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연구소는 한 해 27조원 가까이 되는 공공 연구개발(R&D) 예산의 주요 집행기관이다.

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김영식 의원(국민의힘)의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올해 8월까지 과기정통부 산하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소속 연구소 25곳의 직원 징계 건수는 2649건에 달했다. 이 가운데 중징계(정직, 강등, 해임, 파면 등) 건수는 약 70건으로 나타났다.
직장 내 괴롭힘, 폭언 등 비위도 다양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급 직원 A는 지속적 욕설과 폭언, 폭행 등을 일삼다 올 들어 해임됐다. 같은 곳 선임급 직원 B는 미국 샌디에이고 출장 중 대부분 여행을 다니다 3개월 감봉 처분을 받았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직원 C는 동료 연구원들에게 심한 모욕적 언행을 하다가 올 들어 3개월 정직 처리됐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직원 D는 직무 관련자로부터 골프 접대 등 지속적 향응을 받다 적발됐다. 같은 곳의 한 직원은 물품 구매 수량을 부풀리는 방법으로 돈을 빼돌리다 걸려 감봉 3개월에 처해졌고, 다른 직원은 동료에게 모욕적 언행을 반복하다 강등 조치됐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행정위원 E는 뇌물수수 혐의로 파면됐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한 책임급 직원은 직무관계자와 사적 거래를 하다 적발돼 정직 3개월에 처해졌다. 이곳은 법인카드 사용 후 출장비 미정산, 외부강의 미신고, 부실학회 참석, 출퇴근 대리신청 등으로 반복 적발된 사례가 수백 건에 달했지만 모두 주의나 경고를 받고 넘어갔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3급 직원은 근무일 점심시간에 술을 들여와 마시다 적발되기도 했다.
성비위 만연…자녀 입시 관여 사례도
과기정통부 직할 기관인 울산과학기술원(UNIST)에서는 전 입학정책기획팀장 주모씨가 ‘아빠 찬스’를 쓰다 중징계를 받았다. 주씨는 2020년 석·박사 통합과정 입시에 지원한 자녀의 전형 서류를 수차례 열람하고 합격 여부, 종합 등급 등 평가 결과가 담긴 공문서를 여섯 차례 이상 결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주씨는 자녀 입시 지원을 이유로 학교 측으로부터 관련 업무에서 배제됐으나, 같은 팀 직원 오모씨가 주씨를 결재라인에 재차 포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오씨는 또 2021년 전기 대학원 입시에선 최종 면접에서 불합격 처리된 지원자를 거꾸로 최종 합격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주씨는 강등, 오씨는 정직 처분을 받았다.

대다수 기관에서 성희롱으로 징계를 받은 사례가 빈발했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운영직 직원 조모씨와 2급 직원 홍모씨는 직장 내 성희롱으로 각각 해임, 감봉 조치됐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공무직 박모씨도 같은 문제로 해임됐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한 수석급 직원은 성추행으로 정직 5개월 처분을 받았다.

한국식품연구원의 선임급 직원은 성희롱으로 정직 3개월에 처해졌다. 이곳은 직원들의 부적절한 수의계약, 부실학회 참석 등이 수년에 걸쳐 수십 차례 반복됐음에도 불구하고 경고 등 경징계에만 그쳤다.
앞으로 기관장 책임 무거워져
앞서 지난 2월 한국기계연구원에선 2014년 6월부터 작년 7월까지 200여 차례에 걸쳐 특허 출원비용을 중복 또는 허위 청구하는 수법으로 무려 67억원을 횡령한 직원 2명이 적발됐다. 같은 곳 직원 3명이 부실학회 참석(외유성 출장), 기술료 과다 요구, 외부활동 미신고 등으로 각각 감봉, 정직, 강등 조치를 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출연연 비위가 잇따르자 과기정통부는 갑질과 성폭력, 직장 내 괴롭힘 등 문제가 발생한 곳은 기관 평가에서 상당한 불이익을 주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해 올해 말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김영식 의원은 “기관장들은 기강 확립 대책을 마련하고 과기정통부 또한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출연금 가장 많이 받으면서…연구용 장비까지 빼돌린 KIST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산하 25개 연구소 가운데 가장 많은 정부 출연금을 받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선 연구비 관련 비위뿐 아니라 살인 사건까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김영식 의원에 따르면 KIST 책임연구원 등 직원 3명은 지난해 연구비 부정 집행, 연구장비 무단 반출, 법인카드 부정 사용 등으로 정직 또는 감봉 조치됐다. 또 2018년 직원 2명이 각각 살인, 폭행 혐의로 해임과 정직 처분을 받은 것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 밖에도 △외부인을 겸직 연구원으로 위촉해 수당 편법지원 △수억원대 연구수당 부정 지급 △연구과제 결과 중복 보고 △허위 출장비 수령 등 다수 비위가 과기정통부 감사로 드러났다.

베트남에 현지 과학기술연구원을 설립하는 일명 V-KIST 사업비에서 4억여원을 빼돌리다가 미수에 그친 사건이 대표적이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함께 2014년부터 올해까지 추진한 이 사업은 참여 연구원들에게 별도 수당을 지급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KIST 임직원 여러 명은 4억5853만원을 24개월치 수당으로 몰래 빼낸 뒤 1억2578만원을 지급하다 적발됐다.

퇴직자를 재취업시키는 ‘편법 정년연장’도 있었다. KIST는 2015년부터 2018년까지 퇴직한 직원 15명을 기간제 근로자로 최대 4년까지 재고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퇴사자를 시니어 전문인력으로 활용할 경우 위촉 형태로 해야 한다는 규정을 위반한 것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대등한 지위에서 사무를 의뢰하는 위촉과, 노무를 제공하고 정기적 보수를 지급받는 고용은 명백히 다르다”며 “퇴사자를 기간제 근로자로 채용한 것은 특혜”라고 지적했다.

KIST의 올해 정부 출연금은 1916억원으로 과기정통부 산하 출연연구소 가운데 가장 많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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