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의 소득에서 주택담보대출 등이 차지하는 비율이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소득 증가율이 집값 급등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현지시간) 애틀랜타연방은행 자료를 인용해 지난 7월 미국 내 중위가구 기준으로 주택 관련 비용이 소득의 32.1%로 상승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34.2%였던 2008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주택 관련 비용에는 주택대출 원리금과 각종 세금, 보험료, 기타 관련 비용 등이 포함된다.
애틀랜타연방은행은 3개월 평균 주택 가격과 가구소득 중간값을 이용해 비율을 산출했다. 애틀랜타연방은행 자료를 보면 올초만 해도 미국인들은 월 수입의 29%가량을 주택 관련 비용에 썼다. 이 비율이 반년 만에 3%포인트가량 상승한 것이다.
WSJ는 소득에 비해 주택 가격이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해 이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주택 가격은 매물 부족 등으로 4개월 연속 기록적인 수준으로 올랐다. 7월 중위 주택 가격은 34만2350달러로 1년 전보다 23% 상승했다. 이에 비해 같은 기간 중위가구의 소득은 6만7031달러로 3% 늘어나는 데 그쳤다.
WSJ는 “소득에 비해 주택 가격이 턱없이 많이 오르면 생애 첫 주택 구입자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는다”며 “그들은 덜 매력적인 주택을 사거나 주택 구입 시장에서 완전히 빠져나가게 된다”고 분석했다.
WSJ는 또 현재 주택시장 상황이 소득 대비 주택대출 비율이 높았던 2008년과는 다르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에는 집값이 떨어지고 있었고, 많은 미국인은 집값에 비해 큰 빚을 지고 있었다. 일자리도 감소해 수년간 가계의 소득 증가를 억제했다.
현재 고용시장은 당시보다 나아 소득이 오르고 있지만 집값이 급등해 소득 대비 주택대출 비율이 오르고 있다고 WSJ는 진단했다. 그동안은 집값이 올라도 대출금리가 낮아 은행에서 대출받아 집을 샀지만 이제는 집값이 너무 올라 집을 사야 할지 망설이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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