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이나 바닷속에 사는 미세조류가 휘발유처럼 연료로 사용될 전망이다. 글로벌 정유사 엑슨모빌이 미세조류에서 바이오연료를 추출하는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면서다.
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엑슨모빌은 2030년까지 미세조류에서 추출한 바이오연료를 상용화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조류는 강, 하천, 바다 등 지구상에서 가장 널리 분포하는 유기체다. 사탕수수, 콩 등 바이오연료 원료로 쓰이는 다른 육상 식물보다 쉽게 확보할 수 있다.
엑슨모빌은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호수에서 조류 1㎡ 면적당 매일 5g의 연료를 추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내년 안으로 1㎡당 연료 추출량을 15g으로 늘린다는 목표다. 이는 세금 혜택 등을 감안하면 상용화도 가능한 수준이다. 사업적으로 매력적인 수준의 생산을 위해선 조류 1㎡당 25g의 연료를 추출할 수 있어야 한다. 엑슨모빌은 10년 안에 이 같은 목표를 이룰 계획이다.
조류 바이오연료는 화석연료를 생산하는 것에 비해 탄소 배출량을 절반가량으로 줄일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다만 비관론도 여전히 나온다. 엑슨모빌이 환경보호 모양만 흉내내는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 플리머스해양연구소의 케빈 플린 교수는 “상용화가 가능할 만큼 많은 연료를 추출하는 것은 비용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조류를 번식시키기 위해서도 엄청난 양의 비료와 에너지가 필요하다.
이로 인해 미국 정부는 1970년대부터 조류에서 연료를 추출하는 연구에 자금을 지원했지만 아직 상용화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엑슨모빌은 2017년에 이미 “조류에서 연료를 추출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주장했다. 당시엔 연구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다.
미국 에너지부 산하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NREL)의 마틴 켈러 소장은 “조류에서 연료를 추출한다는 기술에 비관적 시각을 이해한다”면서도 “엑슨모빌은 분명히 의미 있는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