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이런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혼조세로 마감했습니다. 다우지수와 S&P500지수는 각각 0.26%, 0.16% 올랐지만 나스닥지수는 0.24% 떨어졌습니다.
당분간 비슷한 흐름이 이어질 것이란 게 대체적인 관측입니다.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은 이날 유럽중앙은행(ECB) 포럼에서 “공급 병목 현상이 내년까지 지속될 수 있다”고 걱정했습니다. 물가 상승세가 더 이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아래는 오늘 아침 한국경제TV ‘투자의 아침’과의 생방송 인터뷰 내용입니다.
▶미 의회가 연방정부 부채 한도를 놓고 협상 중인데, 여기에 대규모 경기부양안까지 맞물리면서 순조롭지 못한 분위기입니다. 현지에서는 어떤 시나리오들이 나오고 있습니까?
미 의회에서 대치 중인 안건은 크게 임시 예산안과 부채 한도 상향 조정안입니다.
이 중 임시 예산안은 빠르면 오늘 중 처리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여당인 민주당은 예산안과 부채 한도 증액안을 동시에 처리하려다 실패하자 예산안 먼저 처리하는 쪽으로 선회했습니다.
미국의 회계연도는 매년 10월부터 이듬해 9월까지인데, 이달 30일까지 임시 예산안이 통과돼야 다음달 1일부터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을 막을 수 있습니다. 다만 임시안이어서 12월 3일까지만 예산이 지원됩니다.
미국 정부는 과거에도 수차례 셧다운을 경험했는데, 결과적으로 합의를 이뤘습니다.
더 큰 문제는 부채 한도 협상입니다. 야당인 공화당이 재정 부담을 늘리는 부채 한도 증액안에 난색을 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3조5000억달러짜리 복지 예산을 철회하거나 양보하지 않으면 협조하지 않겠다는 게 공화당 입장입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다음달 18일까지 협상을 타결짓지 못하면 미국이 초유의 파국을 맞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미국이 빌린 돈을 갚지 못하는 지급 불능, 즉 이론적이나마 국가 부도를 맞을 수 있다는 겁니다.
미국은 국가 부채의 한도를 법으로 정해놨는데 이게 22조달러입니다. 작년 팬데믹(대유행) 발생 후 재정을 대거 풀면서 부채가 28조7800억달러로 불었습니다. 그런데 이 법적 한도 때문에 지난 8월부터 새 국채 발행이 막혔습니다. 지금은 남은 현금과 각종 비상 조치로 돌려막기를 하고 있습니다.
부채 한도 상향을 놓고 과거에도 대립이 있었지만 이번처럼 극한까치 치달은 사례는 없었다는 게 월가의 우려입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최고경영자(CEO)가 “부채 협상을 빨리 마무리 짓지 않으면 재앙적 결말을 맞을 수 있다”며 “아예 부채 한도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다만 기축통화국인 미국이 돈이 없는 게 아닌 만큼 결국 의회가 타협점을 찾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결국 2011년과 같은 신용등급 하락 사태는 막을 것이란 얘기입니다.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은 100%를 조금 넘는 수준으로, 심각한 상태는 아닙니다.
▶캐시 우드가 또 다시 테슬라를 매도했는데, 이번에도 포트폴리오 비중 조정으로 봐야할까요?
우드 CEO가 어제 자신이 관리하는 아크인베스트의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한 테슬라 주식 중 일부를 매도했는데요, 총 27만 주였습니다. 금액으로는 2억달러를 웃돕니다. 빅테크 등 기술주가 대거 하락하는 와중에 테슬라 주식을 팔아치운 겁니다.
우드는 이달 들어 테슬라 주식을 계속 매도하고 있습니다. 지난 8일 1억900만달러를 시작으로 최소 5차례 이상 매각했습니다.
대신 결제업체인 스퀘어와 로쿠, 코인베이스, 줌, 질로우, 드래프트킹스, 로빈후드 등의 주식을 사들였습니다.
“테슬라 주가가 2025년까지 3000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공언해온 우드의 발언과 배치되는 행태여서 논란이 일었는데요, 시장에선 포트폴리오 조정에 따른 조치로 보고 있습니다.
자사 ETF에서 테슬라가 차지하는 비중이 10%를 넘어서면서 어쩔 수 없이 초과분을 매도하고 다른 주식의 저가 매수에 나섰을 수 있다는 겁니다. 관련법엔 10% 초과 보유를 제한하는 규정이 없지만 자체 원칙에 따른 매매일 거란 게 월가의 시각입니다. 다만 우드 측은 테슬라 매도에 대한 질의에 답변하지 않고 있습니다.
우드의 대표 펀드인 아크이노베이션 ETF 가격은 작년에만 2.5배 상승하면서 업계를 놀라게 했는데, 올해 수익률은 마이너스 10%로 뒷걸음질 치고 있습니다.
▶끝으로 투자자들이 알아둘 주요 일정과 이벤트로 마무리 부탁드립니다.
미 의회의 예산안 및 부채 한도 협상이 길어지면서 증시 변동성 역시 커지고 있습니다. 부채 협상이 결렬되는 최악의 경우엔 미국의 신용등급 추락이 불가피하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였던 2011년에도 심각한 부채 위기에 처했는데, 당시 신용평가 기관인 S&P가 미 신용등급을 낮추면서 증시가 패닉에 빠진 적이 있습니다. 당분간 협상 진전 여부에 따른 등락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장기 국채 금리의 움직임도 눈여겨봐야 합니다. 11월 테이퍼링(채권 매입 축소)이 기정사실화한 상황에서 채권 금리가 급격히 뛸 경우 기술주가 많은 나스닥지수엔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게 대체적인 관측입니다.
델타 변이 확산으로 경기 둔화 조짐이 있는데, 물가는 여전히 뛰고 있어 스태그플레이션 걱정도 나옵니다.
다음주에 눈여겨봐야 할 경제 지표로는 고용이 있습니다.
8월 비농업 일자리 수는 전달 대비 23만5000명밖에 늘지 않으면서 시장에 충격을 안겼습니다. 9월엔 얼마나 늘었을지 주목됩니다.
8월 5.2%였던 실업률이 얼마나 낮아졌을지도 관심입니다. 다만 Fed가 이미 긴축으로 방향을 튼 상태여서, 고용 지표 변화에 따라 통화 정책이 또 다시 바뀌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지금까지 뉴욕에서 한국경제신문 조재길이었습니다.
<다음주 주요 경제·실적 발표 일정>
4일(월) 공장 주문(8월, 전달은 0.4%) / 기업 실적 : 허먼밀러
5일(화) 마킷 서비스 구매관리자지수 최종치(9월) / ISM 서비스지수(9월, 전달은 61.7%) / 무역 적자(8월, 전달은 701억달러) / 기업 실적 : 펩시코
6일(수) ADP 고용 보고서(9월, 전달은 37만3000명 증가)
7일(목) 신규 주간 실업수당 청구건수
8일(금) 비농업 일자리 수(9월, 전달은 23만5000명) / 실업률(9월, 전달은 5.2%) / 시간당 평균 임금(9월, 전달은 0.6%)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