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버님은 자나 깨나 나라만 생각하던 분입니다. 잠수함에 그분의 이름이 붙은 것은 아버님의 유산만큼 잘된 결정입니다.”
독립운동가 단재 신채호 선생의 며느리인 이덕남 여사(78·사진)는 지난 28일 울산 현대중공업 조선소에서 시아버님의 이름을 딴 ‘신채호함’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해군은 이날 세 번째 3000t급 잠수함을 신채호함으로 명명했다. ‘장보고-Ⅲ’급 잠수함 함명으로 독립운동에 공헌했거나 광복 후 국가 발전에 기여한 인물을 선정한다는 원칙에 따른 것이다. 이 여사는 “오늘 행복하기로 따지면 나보다 행복한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기뻐했다.
신채호함 명명에 대해 해군 측에 연신 감사를 표하던 이 여사는 정부의 보훈정책에는 표정이 어두워졌다. 이 여사는 “(잠수함 명명과는) 비교도 안 된다”며 “해도해도 너무한다”고 입을 뗐다. 이 여사는 “순국선열 중 상당수는 목숨 바쳐 독립운동을 한 탓에 후손이 없는 분이 많다”며 “아직도 20만 명이 넘는 분이 국적이 없는데 (정부가) 손을 놓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여사는 1970년대 초 자녀의 호적 등재를 위해 관공서를 찾았다가 남편인 고(故) 신수범 씨(단재 선생의 차남)가 호적에 사생아로 올라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후 수십 년간 독립운동가들의 국적 회복 운동을 벌여왔다. 신채호 선생의 국적도 2009년에서야 비로소 회복됐다.
이 여사는 “독립운동가 선열들의 국적 회복을 위해 죽기살기로 일했는데도 아직 60분 정도밖에 되찾지 못했다”며 “직계비속이 있는 경우에만 인정해줄 게 아니라 찾으면 찾는 대로 모두 이름을 올려줘야 한다”고 했다.
울산=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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