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집계에 따르면 최근 경기 화성 지역의 평균 전세가는 3억8469만원이다. 인접한 시흥시의 평균 전세가(2억9742만원) 대비 9000만원 정도 비싸다. 하지만 살고 있던 집이 만에 하나 경매로 넘어갈 경우 시흥에서는 전세 보증금 중 2700만원까지 소액임차인이 우선변제권을 행사할 수 있는 반면, 화성에서는 해당 금액이 2000만원으로 줄어든다. 주택 임대료가 높은 지역일수록 소액임차인의 우선변제권을 더 크게 인정하는 제도의 취지와 반대다.
이런 현상의 배경엔 인구 및 기업의 수도권 집중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수도권정비계획법이 있다. 서울과 인천, 경기 지역을 △과밀억제권 △성장관리권 △자연보전권 등으로 나눠 기업 및 사업활동에 제한을 가하는 법이다. 서울을 중심으로 한 과밀억제권에 법인을 설립하면 등록면허세가 표준세율 대비 3배 중과되며, 법인의 부동산 취득세도 크게 오른다. 소액임차인의 우선변제권도 해당 권역에 따라 나뉘는 가운데 시흥은 수원, 성남, 고양 등과 함께 과밀억제권으로 묶였으며 화성은 용인, 파주, 평택 등과 함께 성장관리권으로 지정됐다.
1982년 제정된 수도권정비계획법이 40년 가까이 적용되면서 각종 모순이 나타나고 있다. 화성을 비롯한 성장관리권 지방자치단체가 빠르게 성장하는 가운데 쇠퇴하는 일부 과밀억제권 지자체들은 규제에 막혀 돌파구를 찾지 못한다. 2011년 29만 명에 가깝던 인구가 최근 27만 명 이하로 줄어든 군포가 대표적인 예다. 산본 신도시 개발 시점에 과밀억제권으로 지정되며 중소기업 유치 등에 어려움을 겪으며 서울 인접 지역임에도 고령화에 따른 인구 감소에 시달리고 있다.
일산을 비롯한 고양시 일대가 베드타운에 머무르고 있는 이유도 이 같은 불균형에 일부 원인이 있다. 신규 산업시설이 들어오지 못하는 가운데 성장관리권인 파주에 LG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대규모 공단이 들어오면서 고양은 거주지로서 역할만 하고 있는 것이다. 과밀억제권 지정은 지자체 내의 성장 불균형도 악화시킨다. 인천에서 경제자유구역인 송도는 성장관리권, 구도심은 과밀억제권으로 지정돼 있다. 송도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기업 유입 가능성이 봉쇄된 구도심은 주택 재개발 이외에는 도시 재생을 위한 선택지가 없다.
시흥시 관계자는 “애초에 서울 강남권과의 지리적 거리를 기준으로 과밀억제권을 지정하다 보니 지금은 여러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제도를 운영하다 부작용이 생기면 고쳐야 한다. 시 단위로 지정된 권역을 동 단위로 세분화하는 등 수도권 내 불균형 완화를 위한 전면적인 제도 개편을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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