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관광업계가 해외여행 수요 회복 채비에 돌입했다. 백신 접종자가 늘면서 백신 접종국 간 '트래블 버블(여행상품권역)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다. 1년 반만에 유럽 패키지 관광 상품을 재개하는가 하면 트래블 버블 지역인 사이판행 항공편은 추석연휴 때 80%대 높은 탑승률을 기록하는 등 해외여행 심리가 살아나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관광개발은 최근 1년6개월 만의 유럽 패키지 상품을 성사시켰다. 여행객 12명과 인솔자 한 명으로 구성된 패키지팀은 지난 19일 출국해 스위스 여행을 마치고 26일 귀국했다.
롯데관광은 스위스 정부관광청에서 시행 중인 클린&세이프 방역 시스템을 바탕으로 현지 일정 내 실내 관광을 최소화하고 대부분 일정을 실외 관광지로 짰다. 미리 격리용 호텔을 수배하고 통역 가능한 한국인 가이드를 준비시키는 등 조치를 취했다. 권기경 롯데관광 여행사업본부장은 "스위스 상품은 10월에도 출발이 확정됐다. 해외여행에 활기가 돌 것"이라고 기대했다.
추석 연휴를 끼고 해외여행 물꼬가 트인 분위기다. 롯데관광에 앞서 이달 16일 혜초여행사가 판매한 스위스와 프랑스 패키지, 17일엔 교원KRT 역시 스페인 패키지 팀이 출발했다. 다음달에는 프랑스, 이탈리아 패키지가 재개될 조짐을 보인다. 각 여행사들은 이들 유럽 국가와 괌, 사이판 등 상대적으로 검증된 지역을 중심으로 상품 판매에 나서고 있다.
트래블 버블인 사이판의 경우 허니문 여행객 중심으로 해외여행 수요가 늘어나는 분위기다. 주요 여행사들은 지난 7월부터 사이판 여행을 판매하고 있다.
추석연휴인 지난 18일 출발한 아시아나항공의 사이판행 항공편은 탑승율이 85%에 달했다. 온랜만에 꽉 찬 항공편이 나온 셈이다. 해당 항공편 탑승 고객 150명 중 95% 이상이 패키지 상품을 구매한 여행객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7~8월 트래블 버블 여행객 수요는 한 편당 10명 안팎에 그쳤지만 추석연휴 이후 100명 이상 예약을 기록하는 등 높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며 "연말까지 1000명 이상의 예약 유치를 달성했다"고 귀띔했다.
관광업계들은 기지개를 켜고 있다. 하나투어는 다음달부터 전 직원 정상근무 체제로 전환한다. 유·무급 휴직 시행 1년 반 만이다.
다만 코로나19 재확산 우려와 해외여행에 대한 불안이 남아 있고, 여행객이 백신접종증명서 및 PCR 검사 신청서 등을 챙겨야 하는 만큼 해외여행 본격화까지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는 관측이다.
자가격리 등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현재 스위스 이탈리아 독일 스페인 그리스 등 유럽 국가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모두 마치고 2주가 지났다면 현지 도착해 자가격리가 면제된다. 단 영국(10일)과 스웨덴(7일) 등은 현지에서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
같은 조건의 해외여행객이 여행을 마치고 귀국할 경우에도 1일차 PCR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받거나 코로나19 증상이 없다면 자가격리가 면제된다. 해외여행 국가가 베타·감마·델타 등 변이 코로나19 유행국가가 아니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있다. 입국일로부터 6~7일차에 또 한 번 PCR 검사를 거쳐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조건을 만족하는 해외여행객은 입국 후 자가격리가 아닌 수동감시 대상이다. 1~2차 코로나 검사가 모두 음성이고 입국일로부터 14일이 경과하면 수동감시도 해제된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여행객의 코로나19 감염으로 여행 심리가 꺾이지 않도록 특히 주의하는 분위기다.
조일상 하나투어 홍보팀장은 "각사가 방역 지침에 따라 안전한 여행이 될 수 있는 상품 구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며 "청장년층 백신 2차 접종까지 마무리되는 11월 이후 위주로 해외여행 문의와 예약이 상대적으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