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반려동물 시장에 투자해야 한다는 전망이 나왔다. 경제성장에 위기를 느낀 중국 정부가 출산 장려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젊은층 사이에선 아이보다는 개나 고양이를 키우겠다는 여론이 더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최근 "정부의 출산 압력에 굴복하지 않고 반려동물을 돌보는 걸 선택하는 중국 도시 젊은이들에게 베팅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았다. 골드만삭스는 중국 반려동물 시장 규모를 300억달러(약 35조6000억원)로 추산했다.
향후 2030년까지 연간성장률은 19%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일례로 반려동물에게 사람이 먹다 남긴 음식을 주던 관습에서 포장 사료를 주는 흐름으로 급속히 바뀌어가면서, 반려동물에 대한 사료 지출이 이 시장의 성장률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중국 내 반려동물은 2억마리 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1인 가구 수가 급증하는 것도 원인 중 하나다. 골드만삭스 자료에 따르면 현재 중국 내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의 3분의1 이상이 1인 가구다. 중국의 1인 가구는 내년에 9200만명으로 대폭 늘어날 전망인데다, 여기에 증가하는 이혼율까지 더하면 반려동물에 대한 수요가 폭증할 것이란 분석이다.
골드만삭스는 "중국 반려동물 산업은 아직 초기 단계에 있다"고 지적했다. 개나 고양이 등 반려동물의 개체 수는 절대적으로 많지만 2020년 기준 미국 반려동물 시장 규모(1040억달러)에 비해 개발이 덜 된 상태라는 분석이다. 2030년까지 반려동물 한 마리당 연간 지출은 다른 선진국들의 2020년 수준을 훨씬 뛰어넘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중국 정부의 출산 장려 정책과는 배치되는 흐름이다. 중국은 최근 출산율이 계속 떨어지면서 경제성장률에 빨간 불이 켜진 상태로, 정부 차원에서 출산을 압박하고 있다. FT는 "엄청난 경제적 압박 속에서 중국의 밀레니엄 세대는 결혼과 아이를 갖는 것을 피함으로써 수세기 동안 지속된 중국의 가족 문화에 관한 금기를 깨뜨렸다"고 지적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