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사과들이 들판과 벽면 등 다양한 이미지를 배경으로 공중에 떠 있다. 기하학적 구도로 허공에 멈춰 있는 사과들의 모습이 초현실적인 느낌을 준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합성한 사진 같지만 사진작가 안준(40)이 허공에 사과를 던진 뒤 빠른 셔터스피드로 수없이 반복 촬영해 얻은 결과물이다.
서울 회현동 금산갤러리에서 안준의 개인전 ‘온 그래비티(On Gravity): 방향과 좌표’가 열리고 있다. 작가가 2012년부터 올해까지 작업한 작품 중 40여 점을 엄선해 내놓았다.
안 작가는 미국 뉴욕 파슨스 디자인스쿨과 프랫인스티튜트에서 사진을 공부했다. 재학 중 고층빌딩 위에서 자신의 몸을 촬영한 작품 등으로 세계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2013년에는 영국의 사진 잡지 브리티시 저널 오브 포토그래피와 홍콩 일간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이 유망 사진작가로 선정했다. 이후 일상 속의 초현실적인 순간을 포착한 독특한 사진들을 발표하며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그의 ‘One life’ 연작(사진)은 사과와 바위 등 물체를 허공에 던진 뒤 자유낙하하는 광경을 촬영하기를 거듭해 만든 작품이다. 이렇게 찍은 여러 장의 사진 중 물체가 조화로운 구도로 허공에 멈춰 있는 이미지를 엄선하는 식이다.
아무렇게나 내던져져 낙하하는 물체들은 인간의 삶을, 이 과정에서 물체들이 우연히 만들어내는 조화로운 구도는 살면서 가끔씩 마주치는 아름다운 순간을 은유한다는 설명이다. 작가는 “삶의 유한함과 허무함, 불확실성은 의미 없이 던져진 물건들과 닮았다”며 “그 과정에서 생기는 우연한 아름다움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세상을 떠난 외할머니의 빈집과 정원을 배경으로 낙엽을 태운 연기가 솟아오르는 ‘Self-portrait’ 연작에서는 영혼이 승천하는 이미지를 표현했다. 하늘·새·바다 등을 촬영한 ‘Lucid dream’에는 자유와 꿈에 대한 갈망이 담겼다. 갤러리 메인 전시장에서는 1m 넘는 대작들을, 그 옆 윈도 갤러리에서는 소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전시는 다음달 22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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