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이 엇갈리면 개인투자자는 대응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전문가들이 이럴 때 공통적으로 제시하는 대안 가운데 하나는 배당주다. 거센 파도가 칠 때는 흔들림이 적은 배에 타라는 취지다. 또 4분기는 배당주의 상대적 매력이 높아지는 시기다. 경기 회복세에 관심이 쏠렸던 지난해 말과는 상황이 다르다. 배당 매력과 실적 개선세를 두루 갖춘 배당주에 관심을 가져볼 만한 시즌이다.
흔들릴 땐 배당주
2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의 실적 전망치가 있는 223개 상장사 가운데 올해 기대 배당수익률이 3%를 웃도는 업체는 42곳이다. 5%가 넘는 업체는 16곳이다. 올해 기업들의 배당 여력이 지난해 대비 커진 영향이다.배당주 매력은 연말로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DB금융투자는 배당주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로 세 가지를 제시했다. 우선 비대면 중심 경제로 빠르게 변화하던 미국 경제의 성장 속도가 둔화하고 있다.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부담 우려가 나올 수 있는 시장 환경이란 뜻이다. 중국의 헝다그룹 문제도 불거졌다. 금융시장에 대한 경계감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가장 큰 변수인 테이퍼링 우려도 여전하다. 테이퍼링에 따라 달러 강세가 나타나면 신흥국 증시는 악영향을 받는다.
강현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신흥국 증시의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배당주가 상대적으로 프리미엄을 받을 수 있다”며 “절대수익률을 추구하면서 리스크를 관리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배당수익률 높은 종목은
올해 기대 배당수익률 상위 종목에는 은행·증권 업종이 포진해 있다. 기대 배당수익률이 가장 높은 종목은 삼성증권으로 7.35%에 달했다. 삼성증권은 올해 순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가 지난해보다 73.7% 높은 8821억원이다.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자산관리 부문의 경쟁력과 투자은행 부문의 수익성 개선에 더해 높은 배당수익률도 매력적”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주 가운데서는 NH투자증권이 6.64%의 기대 배당수익률로 뒤를 이었다.은행주의 배당수익률도 높았다. 상위 10개 종목 중 5개 종목이 은행 업종이었다. 우리금융지주가 7.25%로 가장 높았다. 기업은행(6.42%), DGB금융지주(6.24%), BNK금융지주(6.23%), 하나금융지주(6.16%), JB금융지주(6.08%) 등이 뒤를 이었다.
지주사 가운데서는 현대중공업지주가 6.08%로 가장 높은 배당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GS(4.51%), 효성(4.10%), 롯데지주(3.67%), 삼성물산(2.55%) 등이 뒤를 이었다.
전통적인 배당주에도 관심을 가질 만하다. KT&G와 쌍용C&E(옛 쌍용양회)는 대표적인 배당주로 꼽힌다. KT&G의 기대 배당수익률은 5.99%다. 기대 배당수익률로 보면 역사적 밴드 상단 수준으로 배당 매력이 극대화한 상황이다.
실적 개선세인 배당주는
무턱대고 배당 매력만 보고 배당주에 접근하기엔 위험이 따를 수 있다. 성장성 둔화에 따라 주가가 하락해 배당수익률이 높아진 종목도 있고, 배당락일 이후 주가가 배당수익률만큼 떨어지기 쉬운 종목도 꽤 있다. 이 때문에 실적이 개선되면서 배당 매력을 두루 갖춘 종목을 선별하는 게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최근 1개월 사이 2% 넘게 증가하면서 동시에 올해 기대 배당수익률이 2% 이상인 종목을 추려봤다. 8개 종목이다. 도이치모터스는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지난해보다 38.4% 오른 621억원이다. 1개월 전 대비 11.9% 늘었다. 기대 배당수익률은 3.30%다. LX세미콘도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1개월 전 전망치보다 7.5% 많은 3114억원이다. 올해 기대 배당수익률은 2.71%다.
최근 2차전지 사업 진출로 주가가 급격히 오른 한라홀딩스는 주가 급등에도 불구하고 기대 배당수익률이 3.58%에 달한다.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도 1개월 전 전망치보다 6.4% 많아진 1545억원이다. 포스코도 철강가격 강세를 바탕으로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1개월 만에 4.0% 늘었다. 올해 기대 배당수익률은 3.67%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