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때문에 세계적인 배터리 기업은 물론 완성차 업체까지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위한 기술 개발에 대대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기술 난제가 적지 않아 상용화는 2030년쯤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아직은 전고체 배터리가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이유다.
○고온→상온으로 충전 가능 온도 확대
LG에너지솔루션이 24일 발표한 신규 전고체 배터리는 기존 전고체 배터리의 충전 가능 온도를 고온에서 상온까지 확대한 게 특징이다.기존의 전고체 배터리는 리튬이온을 이동시키는 데 고체 전해질을 적용한다. 충전은 60도 이상 고온에서만 가능하다. 양극에서 음극으로 리튬이온이 이동하면서 배터리가 충전되는 구조인데, 고체는 전기가 통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전기 전도도가 액체보다 낮은 탓에 온도를 올려야 한다. 배터리 온도를 60도 이상으로 높이지 못하면 전기차 충전이 사실상 어려운 게 한계다.
LG에너지솔루션이 이번에 개발한 배터리가 상용화에 한 걸음 다가섰다는 평가를 받는 건 상온 충전이 가능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문제 해결을 위해 전고체 배터리의 음극에서 도전재와 바인더를 제거했다. 대신 5마이크로미터(㎛·1㎛=100만분의 1m) 내외의 작은 입자인 ‘마이크로 실리콘 음극재’를 적용했다. 실리콘 음극재는 기존 흑연 음극재보다 리튬이온을 품을 수 있는 용량이 10배 커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필수 소재로 꼽혀왔다.
충전 가능 온도가 해결되면서 수명도 늘어났다. 고온에서 충전했던 원래 전고체 배터리는 충전 시 소재에 부하가 많이 걸려 수명이 짧았다.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는 일반 리튬이온 배터리와 비슷하게 500회 이상 충·방전이 가능하다.
물론 아직 넘어야 할 벽이 높다. 다음 단계는 저온에서도 충전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북유럽 등 추운 지역이나 겨울철에도 원활하게 어떤 상황에서도 충전이 가능해야 한다. 또 리튬이온이 더 빠르게 이동할 수 있도록 전해질의 전기 전도도를 높여야 하는 것도 숙제다. 기술 개발을 마쳐도 대량 생산을 통한 수익성 확보라는 큰 허들이 남아 있다. 고체 전해질 가격이 높은 데다 생산 공정이 까다로워 이익을 내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차, 2030년 양산 목표
배터리업계는 전고차 배터리 양산을 위한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삼성SDI는 2027년 상용화를 목표로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등과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 중이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은 지난해 3월 1회 충전으로 800㎞ 이상, 1000회 이상 충·방전이 가능한 전고체 배터리를 학술지 네이처 에너지에 공개한 바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존 굿이너프 미국 텍사스대 교수와 함께 전고체 배터리 중 하나인 리튬메탈 배터리를 연구해 2030년 양산한다는 목표다.전고체 배터리 분야에서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 기업은 도요타다. 2000년대 중반부터 전고체 배터리 연구를 시작해 보유한 특허만 1000개가 넘는다. 지난 7일엔 전고체 배터리를 장착한 프로토타입 전기차를 전 세계 최초로 공개해 자동차업계를 놀라게 했다. 도요타는 배터리 생산 및 개발을 위해 2030년까지 1조5000억엔(약 16조원)을 투자한다.
현대자동차도 2030년 양산을 목표로 전고체 배터리를 연구 중이다. 2025년엔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시범적으로 생산할 계획이다. 구자용 현대차 전무는 지난 2분기 실적 발표 행사에서 “다양한 업체와의 전략적 제휴 및 지분 투자로 차세대 배터리 기술 내재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미국 솔리드에너지시스템에 1억달러를 투자해 리튬메탈 배터리 개발 경쟁에도 발을 들여놓았다.
김형규/김일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