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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우 기자의 키워드 시사경제] 아무리 잘해봐야 2% ?…잠재성장률 '우울한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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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는 좋은데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아 시험만 보면 늘 50점대를 맴돌았던 고등학생 A군. 마음을 고쳐먹고 당분간 학업에 전념하기로 했다. 친구들과 놀거나 잠자는 시간을 줄이고, 책상 앞에 앉으면 최대한 집중하고, 영양제도 챙겨 먹고 있다. 오랫동안 수많은 학생을 봐온 담임교사는 A군 부모님에게 이렇게 말했다. “A가 지금처럼 열심히 하면 충분히 90점까지 오를 수 있어요.”

만약 A군을 국가로, 시험 점수를 경제성장률로 바꿔본다면 어떨까. 공부에 올인한 A군이 90점을 받을 수 있다는 담임교사의 전망은 ‘잠재성장률(potential growth rate)’에 비유할 수 있다.
부작용 없이 달성 가능한 최대 성장률
잠재성장률이란 한 나라가 보유한 노동력, 자본, 자원 등 모든 생산요소를 활용해 달성할 수 있는 경제성장률의 최대치를 뜻한다. 다만 여기에는 전제조건이 하나 있다. 경기가 과열돼 물가가 치솟는 등의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아야 한다. 매일 밤을 새워서 공부만 한다면 결국 쓰러질 테니 말이다. 잠재성장률은 국가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1990년대 말 외환위기나 2000년대 말 금융위기 같은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곤 대체로 실제 성장률과 비슷한 흐름을 보여왔다.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인구 절벽’에다 코로나19 충격까지 겹쳐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2%까지 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지난 13일 보고서에서 2021~2022년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평균 2.0%로 추정했다. 한은이 잠재성장률 수치를 파악하기 시작한 1991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한은은 “잠재성장률이 낮아진 데는 생산가능인구 감소 등 구조적 요인의 영향과 함께 코로나19 충격에 따른 대면서비스업 폐업, 고용 사정 악화, 서비스업 생산능력 저하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진단했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1991~2000년 6.1%에 달했다. 하지만 2001~2005년 5.1%, 2006~2010년 4.1%, 2011~2015년 3.2%, 2016~2020년 2.6% 등으로 계속 떨어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두 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다. 하나는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나타나는 불가피한 현상이란 점이다. 어느 나라든 선진국 반열에 올라가면 성장률은 둔화할 수밖에 없다. 다른 하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잠재력을 높일 돌파구를 찾아내야 한다는 점이다. 기왕 열심히 공부한다면 100점을 목표로 삼아야지 90점에 만족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갈수록 하락…‘2030년 0%대’ 전망까지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게 말처럼 쉽진 않다. 저출산과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노동 투입량을 확 늘리기 어렵다. 자본 투입량을 늘리는 데도 한계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생산성 향상이 현실적인 해법이다. 효율성이 떨어지는 공공, 노동, 금융부문 등의 구조개혁을 통해 한국의 성장 잠재력을 더 높여야 한다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국제기구들은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더 낮게 평가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0~2022년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을 연평균 1.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4%로 봤다. 금융연구원은 현재 경제구조가 바뀌지 않는다는 시나리오를 전제로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2025년 1.57%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했다. 2030년에는 0.97%, 2035년에는 0.71%까지 추락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내놨다.

한은은 “잠재성장률이 이전 추세로 회복하려면 코로나19가 남긴 지속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경제구조 변화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신성장 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기업 투자 여건을 개선하는 동시에 고용 여건이 취약해진 여성, 청년 등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높일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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