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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 게이트' 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사건 [여기는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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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6월 성남시장에 당선된 이재명(현 경기도지사)은 시청 화장실에 8자 성어를 써붙였다고 합니다. '부패즉사 청렴영생'.부패하면 즉시 죽고 청렴하면 영원히 산다. 스스로의 다짐이자 함께 일하게 된 시청 직원들에 보내는 경고입니다.이재명은 이 후 청렴과 투명성,일 잘한다는 평판으로 시장 재선에다 2017년 대선 도전, 2018년 경기도 지사 당선까지 출세길을 달립니다. 내년 대권 가도에서도 여권 경선 1위로 '별의 순간'을 눈 앞에 둔 듯 했습니다.

그런 그가 부패 의혹으로 정치 인생 최대 위기를 맞은 것은 아이러니입니다. 형님 강제입원 의혹사건,여배우 스캔들, 문파 공격에도 꿈쩍 안하던 정치인이 스스로 최대 치적으로 자랑하던 '판교 대장지구 개발사업'으로 가장 중요한 시기에 발목을 잡힌 것입니다. 대장지구 개발사업은 성남시를 4년만에 7285억원의 빚 더미에서 탈출시키며 '정치 신인' 이재명을 '유능한 진보'의 아이콘으로 떠오르게 했던 바로 그 사업입니다.

주지하다시피, 대장지구 개발사업은 '남판교’로 불리는 성남 대장동 일대 91만여㎡(약 27만8000평) 부지에 5903가구를 조성하는 1조5000억원 규모의 공영개발 사업입니다. 올해말까지 입주가 끝날 예정입니다. 의혹의 핵심은 이 지사가 수천배의 '돈 벼락'(자본금 대비)을 맞은 민간 사업자들과 연관돼 있느냐는 것입니다. 이 지사는 "부동산 가격에 폭등에 따른 예상치 못한 결과일 뿐" "돈 1원 한장 받은 적 없다" "수구 기득권 토건 세력들이 똘똘 뭉쳐 펼치는 공세" "국민의힘 게이트"라고 반박합니다.그러나 거친 반박만 있을 뿐 속시원한 해명이나 자료 공개가 없으니 점점 불리해질 뿐입니다.여당 대선 경선 최대 승부처인 광주·전남·전북에서 지지율이 2위로 밀리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습니다. 야당은 이번 사건을 '대장동 게이트'로 명명하고 특검 도입과 국정조사를 요구하며 총공세입니다. 의혹은 까도까도 끝이 안보이는 양파 같습니다. 언론들이 이 지사의 경고에도 불구, 좌우 가리지 않고 이 사건에 매달리지 않을 수 없는 이유입니다.


이대로라면 대장동 특혜 의혹 사건은 5개월여 남은 대선판을 뒤흔들 최대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지금까지 나온 관련 의혹들을 정리해봤습니다.

①가장 큰 관심은 어떻게 수천배에 이르는 투자수익이 가능할 수 있었던가 입니다. 2015년2월 자본금 5000만원으로 설립된 자산관리업체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는 6년간 총 1547억원의 순익을 냈습니다. 배당(577억원)과 분양사업수익(2413억원)을 합한 금액에서 초기 3년간 적자(867억원)를 뺀 금액입니다. 자본금 대비 3094배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투자수익입니다. SK증권에 특정금전신탁형태로 투자한 법인 천화동인1호(김씨가 실소유)의 배당과 수익까지 합하면 수익률은 더 커집니다. 김 씨가 투자에 끌여들였다는 가족들과 지인들도 수백에서 수천배의 수익을 거둬들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반면 이 지사가가 '단군이래 최대 공익환수 사업'이라고 자랑한 이 사업으로 성남시는 25억원을 투자해 1830억원(기부채납분까지 포함하면 5503억원)을 배당을 받는데 그칩니다.

이 지사측은 2014년 사업을 구상할 당시엔 그런 수익률을 상상도 못했다고 해명합니다. 실제로 2014년,2015년엔 부동산 경기가 어려웠습니다.그래서 성남시가 5503억원의 수익을 확정하고 나머지 예상수익 1800억원을 사업에 참가한 금융회사들과 화천대유 등에게 돌리는 식으로 계획을 짰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2018년 이후 부동산 값이 폭등하면서 화천대유 몫이 예상외로 커졌다는게 이 지사측 설명입니다.


②화천대유에 몰아주기식으로 사업구조가 짜인 배경도 의혹의 대상입니다. 이 지사측 설명대로 수천배 수익이 예상치 못한 결과라 하더라도 의혹은 여전합니다.전체 지분의 7%를 투자한 화천대유(1%)와 관계사인 천화동인1~7호(6%)에게 특혜라고 무방할 만큼 유리하게 사업구조가 짜이고 실제로 그렇게 사업이 진행됐기 때문입니다.

우선 성남시가 확보한 확정수익 외의 추가 수익부분에 대해 민간사업자들이 무한대로 먹을 수 있는 사업구조입니다. 전문가들은 통상은 추가 수익부분에 대해 규모에 따라 분배 비율을 둔다고 합니다. 대장동 사업에서는 그런 장치가 없습니다.

사업자 선정 과정도 의혹 덩어리입니다. 성남도시개발공사는 3개 컨소시엄로부터 사업제안서를 받은지 하루만인 2015년3월27일 하나은행컨소시엄(화천대유 참여)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합니다.아무리 빨라도 몇주는 걸린다는 절차입니다. 거기다 하나은행컨소시엄에 들어간 화천대유는 과거 사업이력이 전무한 신생회사입니다.

성남시는 그런 화천대유에 대장동 택지 15개 블럭중 5개 블럭(아파트 필지는 12개중 4개를 분양받음)을 35% 싼 가격에 수의 계약으로 분양해줍니다. 다른 블럭은 민간사업자들끼리 100대1이 넘는 치열한 경쟁률을 거쳐 분양됐습니다. 화천대유는 '손 안대고 코푸는' 식으로 사업을 받아 배당 외에도 분양사업으로만 2000억원이 넘는 수익을 올립니다.

이 지사측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고 설명합니다. 위험한 시기에 위험한 사업을 맡은 만큼 수익도 보장해주는 차원이었다는 것입니다.그러나 시행 주체인 성남시가 인·허가권을 갖고 강제수용하는 택지개발사업이 하이 리스크 사업이라는데 공감하는 부동산 전문가들은 드뭅니다.

③얽히고 설킨 인적관계도 의혹의 대상입니다. 대장동 개발사업의 최정점엔 이 지사(당시 성남시장)이 있습니다. 사업총괄은 성남도시개발공사, 시행은 특수목적회사(SPC)인 성남의뜰이 맡았습니다. 성남의뜰엔 성남도시개발공사(50%), 화천대유(7%, 관계사인 천화동인 1~7호 포함), 금융회사등 기타(43%)가 투자했습니다.

이 지사는 유동규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당시 사장 대행)을 발탁했고, 유 본부장이 사업전반을 맡아 진행했습니다. 그러나 투자자인 천화동인4호의 대표 남모 변호사로부터 실무자를 소개받는 등 사업 전반을 공동 기획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또 시행사인 성남의뜰(고재환 변호사)과 투자자인 화천대유의 대주주 김씨, 대표 이 모 변호사는 모두 같은 대학 출신의 지인들입니다. 또 화천대유는 권순일 전 대법관, 강찬우 전 수원지검장 등 이재명 지사와 인연이 있는 법조인들을 고문 또는 자문역으로 채용했습니다. 남 모 변호사와 같은 법무법인 소속인 박영수 전 특검은 2016년7월까지 화천대유 고문으로 일했습니다. 특이한 점은 성남의뜰, 화천대유, 천화동인이 성남의 같은 건물, 같은 층, 같은 사무실을 쓰고 있습니다. 개발사업 주체부터 시행사, 투자자들이 학연과 과거 인연 등으로 거미줄처럼 엮여 있는 특이한 구조입니다.

④핵심은 실소유주 논란입니다. 야당은 그런 맥락에서 화천대유의 실소유주가 누구냐고 공세를 펴고 있습니다. 화천대유 대주주는 경제지 기자 출신 김 모씨입니다. 김씨는 화천대유 설립 7개월전인 2014년6월 이 지사를 인터뷰합니다. 그리고 2015년2월 사업제안서 접수 일주일전 화천대유를 본인 자금으로 설립합니다. 그 후는 주지하다시피 일사천리입니다. 이 지사는 "김모씨를 인터뷰후에는 본적이 없다" "민간사업자가 누구인지 알 필요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김 씨도 "화천대유는 내 회사"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1조5000억원 짜리 개발사업을 부동산 전문도 아닌 법조전문 기자가 만든 신생회사에 맡긴 배경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 지사처럼 꼼꼼하고 똑똑한 정치인이 정치적 리스크가 큰 1조5000억원짜리 공영개발사업을 하면서 민간사업자 파트너로 누가 들어온 지 몰랐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입니다. 성남도시개발공사와 성남의뜰, 화천대유간에 얽히고 설킨 인적 관계도 이런 의혹을 뒷받침합니다.

자금흐름도 관심 대상입니다. 화천대유 대주주 김모씨는 회사에서 473억원을 빌려갔으나 아직 갚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또 사업추진 과정에서 필요한 자금을 SK그룹으로부터 조달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화천대유와 관계사(천화동인1~7호)가 벌어들인 수천억원대의 배당및 사업소득이 누구에게 어떻게 흘러들어 갔는 지도 초미의 관심사입니다. 자금 흐름은 모든 사업의 본질을 보여주는 핵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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