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스가 부착(패치)형 백신 개발을 위한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디옥시리보핵산(DNA), 메신저리보핵산(mRNA) 등 유형별 백신에 대한 공동 연구를 진행 중이다. 임상 3상 및 상업화를 대비한 패치형 백신의 공장은 국내에 내년 착공할 예정이다.
지난 15일 서울시 강서구 본사에서 만난 정도현 대표는 “코로나19를 계기로 백신 개발 환경이 개선되며 라파스도 최종 목표인 패치형 백신 개발 사업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파스는 피부를 통해(경피) 각종 성분을 전달하는 미세침(마이크로니들) 패치 제형 제품을 개발 및 생산하는 기업이다. 체내에서 녹는(용해성) 마이크로니들을 생산하는 고유 기술인 ‘송풍인장방식(DEN·Droplet extension)’을 보유하고 있다.
마이크로니들을 의약품 및 백신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생산 공정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 라파스는 화장품에 DEN 기술을 먼저 적용했다. 이를 통해 매출을 발생시키는 동시에 대량생산 공정을 개선하는 전략을 택했다.
마이크로니들 패치 제형의 치료제 및 백신 개발도 꾸준히 진행해왔다. 흉터 여드름 가려움을 치료하기 위한 패치형 일반의약품(OTC)을 내년 하반기 국내 출시를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
최종 목표인 백신 탑재를 위한 연구는 최근 큰 전환점을 맞이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백신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백신 원료 확보가 용이해졌다. 이로 인해 DNA와 mRNA 등 더욱 다양한 방식의 백신을 마이크로니들에 탑재하는 연구가 가능해졌단 설명이다.
용해성 마이크로니들 패치는 고형화된 상태로 유통이 가능하다. 이 경우에 안정성이 높아 상온에서 보관 및 유통할 수 있다. 의료진 없이 자가 투여가 가능하고 주사기가 의료폐기물로 남지 않는다는 것도 장점이다. 생산 비용도 주사제형에 비해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임상 진입 단계에 가장 가까운 백신은 B형간염 백신이다. 인도의 대형 백신기업인 세럼 인스티튜트와 공동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2017년과 2018년에 B형간염 바이러스(HBV) 백신을 마이크로니들 패치제에 탑재하고 효능 입증을 위한 동물실험을 진행했다. 소아마비 바이러스(IPV) 백신에 대해서도 2018년부터 연구를 진행 중이다.
정 대표는 “코로나19가 확산된 인도 상황 때문에 세럼과의 공동 개발 연구는 일시적으로 중단됐다”며 “세럼 측 상황이 개선돼 백신 원료 보급이 가능해지면 빠른 시일 내로 임상시험을 신청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DNA 방식의 마이크로니들 코로나19 백신은 국내 기업과 함께 초기 단계의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 연구진과 협업해 mRNA 물질을 마이크로니들로 전달하는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이 실험 결과에 대한 논문은 학술지를 통해 내년 상반기께 발표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국적 제약사와도 mRNA 백신 후보물질을 패치제형으로 전달하기 위한 공동 연구를 진행 중이다. 새롭게 개발 중인 백신이며 코로나19 백신은 아니란 설명이다.
박테리아 기반의 백신인 ‘MPG’는 자체 개발 중이다. 라파스는 마이코박테리아 균주를 활용한 MPG를 기존의 약독화 결핵백신인 ‘BCG’의 대체 백신으로 개발해왔다.
최근에는 면역세포를 활성화하는 기전에 주목해 여러 변이 바이러스에 대응할 수 있는 플랫폼 백신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마이코박테리아 균주에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항원 역할을 하는 수용체결합도메인(RBD) 유전자를 삽입한 ‘rMpg-RBD’에 대해 지난 15일 국내 특허를 출원했다.
백신 개발 진척 상황에 맞춰 신공장 구축을 위한 준비도 시작했다.
현재 라파스는 마곡 본사 3층에 국내 우수의약품제조및품질관리기준(GMP)에 적합한 마이크로니들 패치형 백신 생산 설비를 보유하고 있다. 임상 1상 및 2상에 필요한 물량은 이곳에서 생산할 계획이다.
미국 우수의약품제조및 품질관리기준(cGMP)에 적합한 설비를 갖춘 공장도 국내에 설립할 계획이다. 임상 3상 및 상업화 제품 생산에 대비한 설비다. 연내 부지를 확보하고 내년에 착공하겠다는 목표다. 완공 이후 검사 및 인증을 받는 기간까지 고려하면 실제 가동까지 약 3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라파스는 지난달에 전환사채(CB)를 발행하며 관련 자금을 확보했다. 조달 자금인 300억원 중 220억원을 신공장 설립에 사용할 계획이다. 나머지 80억원은 임상과 연구개발비 등 운영자금으로 활용한다.
정 대표는 “코로나19로 인해 작년 매출이 줄고 세럼과의 연구개발이 중단됐지만 백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협업 기관도 늘었다”며 “중요한 전환점으로 생각하고 마이크로니들 패치 백신 상용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인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