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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디 B씨는 “연휴에 ‘손놈’들을 만났다가 아찔한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손님’과 ‘놈’을 합친 ‘손놈’은 캐디들이 이른바 ‘진상 손님’을 일컫는 은어다. 잘못 맞아 앞에 떨어진 공을 주우러 갔다가 고개를 들었는데, 말도 없이 ‘멀리건’을 쓴 골퍼의 공이 머리 위를 쓸고 갔기 때문이다. B씨는 “타구 사고가 나면 무조건 캐디가 손해”라며 “사고가 나도 골퍼나 골프장으로부터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골프산업이 호황을 누리는 가운데 캐디들의 권익 보호와 소비자 보호를 위한 대한캐디협회(가칭) 설립이 추진되고 있다.
대한캐디협회 추진위원회는 23일 “오는 11월 사단법인 인가를 목표로 협회 설립을 추진 중”이라며 “현재 약 1000명의 캐디가 협회 가입을 위해 인가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캐디들의 권익 향상에 기여하고 캐디등급제를 통해 소비자에게 수준에 맞는 캐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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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디는 늘어나고 있지만 골퍼와 골프장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문제가 노출되고 있다. 전국 530여 개의 골프장을 원활하게 운영하려면 적어도 4만~5만 명의 캐디가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골프장들은 캐디를 붙잡기 위해 캐디피를 인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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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디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소비자 부담은 커지는 반면 서비스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레저산업연구소에 따르면 캐디피 14만~15만원을 받는 골프장도 전국에서 16곳에 달한다. 캐디 증가 속도에 비해 양성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것도 문제다. 전국적으로 시스템을 갖춘 ‘캐디 양성소’는 손에 꼽을 정도로 턱없이 부족하다.
대한캐디협회 추진위는 ‘캐디 등급 인증제’를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는 계획이다. 등급 인증제를 통해 캐디들을 ‘베테랑 캐디’ ‘프로 출신 캐디’ ‘드라이빙 전문 캐디’ 등으로 세분화해 골퍼의 수준에 맞춰 매칭하고 차등화된 캐디피를 청구한다는 것. 등급은 시험과 경력 등으로 세분화한다.
추진위 관계자는 “캐디를 직접 고용하는 골프장은 점점 줄고 신입 캐디를 양성하기보다는 기존 캐디를 다른 골프장에서 빼오는 게 현실”이라며 “캐디라는 직업에 대한 인식을 ‘전문직’으로 전환해 캐디와 골퍼 모두 만족하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