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구 리그에서 총 10억 원 상당의 몸값을 자랑했던 이재영, 이다영 쌍둥이 자매가 10분의 1에 불과한 연봉만 받고 그리스 리그에서 뛸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 매체 FOS는 지난 17일(현지 시각) "이재영·이다영 자매의 비자 문제가 해결됐다"며 "늦어도 21일이나 23일 (그리스) 팀에 합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재영, 이다영 자매는 국내 프로 배구를 대표하는 간판 스타였다. 지난해 흥국생명과 FA 계약을 맺으며 이재영은 6억원(연봉 4억원·인센티브 2억원), 이다영은 4억원(연봉 3억원·인센티브 1억원)을 받아 1년간 자매가 수령하는 돈은 10억 원에 달했다. 국내 여자배구 선수 최고 수준이었다.
하지만 올해 초 이재영, 이다영 자매의 학폭 폭로가 나오면서 두 사람이 흥국생명과 맺은 계약은 무효가 됐다. 이후 국내 활동이 어려워지자 두 사람은 해외 활동을 물색했고, 그리스 여자배구팀 PAOK 테살로니키가 영입 의사를 밝히면서 지난 8월 그리스로 출국했다.
그렇지만 출국 후에도 팀 합류에는 난항을 겪었다. 한국배구협회의 국제이적동의서(ITC) 발급을 거부한 것. 하지만 터키 스포츠 에이전시 CAAN 측이 국제배구연맹(FIVB)에게 유권해석을 요청했고, FIVB가 '이재영, 이다영 자매가 받아야 할 벌은 한국에 국한된다'는 입장을 전하면서 ITC 발급이 성사됐다.
PAOK는 두 선수에게 각각 4만 유로(한화 약 5500만 원)에 1년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총 1억 원 정도에 두 선수를 영입한 것. 국내 리그 활약 당시 받은 연봉 합계의 10% 정도에 그리스 리그에서 뛰게 됐다.
이재영, 이다영 자매가 그리스 리그에서 뛸 수 있게 되면서 배구협회에 대한 비난도 나오고 있다.
이재영, 이다영 자매는 학창 시절 배구부 동기나 후배들에게 폭력적으로 행동하고, 위협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중의 공분이 커지자 SNS에 자필 사과문을 올리고, 가해 사실을 인정했지만 "칼을 목에 대고 욕을 했지만 찌르진 않았다"면서 억울함을 호소해 재차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결국 소속 팀이었던 흥국생명은 무기한 출전금지, 배구협회는 국가대표 자격 박탈 징계를 내렸다. 그러나 영구제명으로 못 박지 않아 징계 해제 여지를 열어줬다는 비판도 나왔다.
배구협회도 학폭 연루자는 프로 무대에 들이지 않겠다는 규정을 신설했으나 두 사람에게는 소급 적용하지 않아 논란이 됐다.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이하 인추협)가 이재영과 이다영에게 학교 폭력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다. 인추협은 성명서를 통해 "이재영 이다영 선수는 지난 7개월 동안 우리사회를 실망과 분노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은 학폭 논란의 당사자"라며 "그리스로 떠나기 전에 피해자와 화해하시길 정중하게 권고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