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정부가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면서 항상 강조해온 말이다. 그러나 실상은 딴판이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등으로 거래가 얼어붙으면서 실수요자가 집을 사기도, 팔기도 힘들어졌다. 매물 부족으로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9주째 역대 최고치다. ‘지금 안 사면 못 산다’는 불안 심리가 신고가 거래로 이어지고 있다.
1주택자 갈아타기 사실상 불가능
한국경제신문이 17일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에게 의뢰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1주택자가 보유하고 있는 시세 12억원 주택을 처분하고 15억원짜리로 갈아타기 위해 드는 세금과 중개수수료는 약 8000만원으로 집계됐다. 1주택 비과세와 장기보유특별공제 80%를 모두 받는 ‘가장 이상적인 상황’을 가정해도 이렇다. 인테리어 비용 등 부대비용을 약 5000만원으로 잡으면 부담액은 1억2362만원으로 불어난다.
갈아타기를 가로막는 것은 거래비용뿐만 아니다. 1주택 요건과 장기보유특별공제 기준이 강화된 것도 큰 이유다. 2019년 ‘12·16 대책’ 발표 이후 조정대상지역에 집을 보유한 사람이 조정지역 집을 또 사면, 새 집을 산 날로부터 1년 이내 첫 집을 팔아야 한다. 새 집에 1년 안에 전입도 해야 한다. 기존에는 3년 안에 팔기만 하면 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새 임대차법까지 기름을 붓고 있다. 지난해 7월 31일 도입된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 상한제로 인해 세입자가 거주를 원하면 새 집주인은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됐다. 귀해진 실입주 가능 매물은 전세를 낀 집 대비 5000만원 이상 비싼 수준에서 가격이 형성되고 있다. 실입주를 하기 위해서는 사실상 ‘웃돈’을 줘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승현 진진세무회계 대표는 “대출까지 고려하면 기존 집을 6개월 내 팔아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입주 가능 매물은 비싸서 자녀 교육이나 전근 등으로 이사하는 것도 어렵다”고 했다.
연말께 법 통과가 예상되는 소득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 1주택자라도 장기보유특별공제가 양도차익에 비례해 줄어든다. 지금은 2년 이상 거주한 경우 보유·거주 기간에 따라 최대 80%까지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받을 수 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새로 취득하는 주택은 향후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오롯이 받을 수 없을 가능성이 크다”며 “과거 자녀 진학 등에 맞춰 3년 단위로 일어났던 단계적 갈아타기가 자취를 감출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기존 주택 거래 활성화시켜야”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매물잠김’과 ‘거래절벽’이 갈수록 심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양도세 중과가 시행된 지난 6월을 기점으로 서울 아파트는 증시의 ‘품절주’처럼 된 상황이기 때문이다.6월부터 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자와 3주택자는 양도세 기본세율(6~45%)에 20%포인트와 30%포인트가 각각 가산된다. 최고세율은 75%(3주택자, 양도차익 10억원 초과기준)까지 올랐다. 우병탁 팀장은 “지방세까지 감안하면 10억원 차익이 났더라도 8억원 이상을 세금으로 내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주택을 팔기보단 증여나 버티기를 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규주택 공급도 꽉 막혀 있다. 분양가 규제 등으로 올 들어 서울 재건축 단지 일반분양 물량은 3월 광진구 자양동 ‘자양 하늘채 베르’(51가구)와 6월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224가구)가 전부였다. 정부가 3기 신도시 등 공급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외곽지역인 데다 입주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게 문제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의 과열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양도세 중과 완화 등으로 기존 주택 거래를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기준 2주택 이상을 보유한 다주택자는 전국 228만4000명, 서울은 39만3000명에 달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취업 등으로 수도권 신규 주택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며 “기존 주택 거래 활성화가 시장 과열을 잠재울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양도세 중과를 완화하면 매물이 나올 것이라는 주장은 막연한 기대일 뿐”이라며 “선거 등으로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크기 때문에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