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매수하는 분들은 대부분 외지인들이죠. 한 명이 5~6채씩 사가는 경우도 있어요. 몇 년 간 가격이 뛰지 않던 곳이라 동네 사람들은 ‘이게 무슨 일인가’라고 해요.”
17일 경남 김해시 삼문동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올 초 매수 문의가 정점을 찍나 했더니 최근엔 더욱 찾는 이가 늘었다”며 “매물만 있으면 외지인들이 집도 보지 않고 계약금을 보내 매매를 한다”고 전했다. 20년차 1530가구에 달하는 젤미마을1단지부영은 작년 초부터 손바뀜이 활발히 일어나더니 지난해 8~9월만 해도 7000만~8000만원(전용면적 47㎡ 기준)이던 시세가 최근(8월 21일 기준) 1억4000만원 가까이 치솟았다. 1년 만에 2배 가까이 값이 뛴 것이다.
이처럼 지방 소도시인 김해 부동산이 과열 현상을 보이는 것은 공시가 1억원 미만 주택에 대한 투자 열풍 때문이다. 최대 12%까지 취득세율을 인상한 지난해 7·10 부동산 대책 이후 규제를 피해 지방 비규제지역에 '공시가 1억원 미만' 주택 몸값이 치솟고 있다. 취득세 중과 규정을 피할 수 있고 양도소득세·종합부동산세로부터 안전한 투자로 인식되면서 소액 투자자들이 공시가 1억원 미만 주택으로 몰려가는 것이다.
올해부터 취득세율이 급등하면서 조정대상지역 기준으로 취득세율이 2주택자는 8%, 3주택 이상은 12%다. 기존 취득세율인 1~3%보다 월등히 높다. 그러나 공시가격 1억원 미만 아파트는 다주택자 여부와 관계없이 기존 취득세율 1.1%만 부담하면 된다. 상대적으로 양도세 중과에서도 자유롭다. 서울·경기·세종·광역시를 뺀 지방에서 공시가격 3억원 이하 주택은 양도세 중과 대상 주택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선 소위 ‘네임드’(실력이 검증된 사람)로 불리면서 분석 내용을 주로 공유하는 전문 투자자들이 “아직 먹을 게 남아 있다”며 김해 지역을 지목하는 중이다. 이들은 “공시가 1억원 이하 '초저가' 아파트들은 10채, 20채를 사도 취득세를 1%만 내면 된다”며 “아파트값이 몇 백만~몇 천만원만 값이 뛰어도 남는 장사”라며 투자를 부추기고 있다.
이에 따라 이 지역 공시가 1억원 이하 매물은 매수세가 집중되면서 매물이 급감하는 중이다. 부동산 정보 애플리케이션 아실에 따르면 무계동에 있는 석봉마을9단지부영는 지난 4개월간 매물이 73건에서 48건으로 34% 감소했다. 옆 단지인 석봉마을10단지대동은 55건에서 20건으로 63%나 줄었다.
거래가 빠르게 체결되면서 가격은 급상승하고 있다.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에 따르면 김해시의 지난달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65%, 전셋값은 2.42% 뛰어 경남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7월부터 1년간 상승률은 각각 11.43%, 15.97%에 달한다. 경남에서 유일하게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인 창원시 성산구와 비슷한 수준이다.
인근에서 ‘부전-마산’을 연결하는 복선전철 ‘장유역’이 개통돼 투자자가 몰린 석봉마을9단지는 전용 47㎡이 이달 11일 1억3800만원(10층)에 매매돼 전고점(2014년 11월·1억3900만원)에 거의 다다랐다. 부곡동 장유부영13차도 연일 값이 상승하더니 지난달 매매가 1억원을 넘어섰다. 지난달 30일 1억550만원에 팔리며 지난해 10월(5000만원) 매매가 대비 110% 넘게 급등했다. 무계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최근 이 일대 아파트들의 매매 매물은 대부분 소진되고 1층 같은 비선호 층만 남아 있다”며 “갭투자에 나선 투자자들이 내놓은 전세 매물만 나와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투자자들의 대부분은 서울·부산 등 전국에서 몰려온 외지인들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7월 김해시 아파트 외지인 매입 비율은 41.7%나 됐다. 아파트를 산 10명 가운데 4명은 김해시나 경남에 거주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적은 자본으로도 매수가 가능해 주부나 학생들까지 몰리고 있다는 게 이 지역 중개업소들의 전언이다. 예를 들어 삼문동 갑오마을11단지부영 전용 59㎡는 매매가가 1억5000만~1억6000만원인데 전세가는 1억4000만~1억5000만원이라 소액으로도 투자할 수 있다. 이 단지를 주로 중개하는 K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20대 젊은 청년이나 학생들이 투자를 하러 이 단지를 찾는 경우도 종종 있어 깜짝 놀라곤 한다”며 “서울 등 수도권 집값이 너무 오르니 지방이라도 투자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이 곳을 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투자열풍이 사그라들면 거래 위축과 시세 하락이 나타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한다.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에 따라 공시가가 계속 오르면서 초저가였던 아파트의 공시가격도 금새 1억원을 훌쩍 넘을 가능성이 커져서다. 이 경우 세금 부담이 급증해 주로 단골고객이었던 다주택자들의 매수 수요가 크게 줄어 매도 자체가 쉽지 않을 수 있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다주택자들이 ‘묻지마 투자’를 하며 값이 뛴 아파트들은 공시가 1억원이 넘어서는 순간 매수 시 시세차익 실현이 거의 불가능하게 된다”며 “이렇게 되면 매도 물량을 받아줄 매수자가 매우 드물 것”이라고 경고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